與, 분당이냐 통합이냐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민주당과의 통합론은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반대론이 거센 데다 민주당도 선뜻 응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통합론은 정치판 새로 짜기의 전주곡이 되면서 열린우리당 해체의 단초가 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제기되는 민주당과의 통합론은 여권의 위기가 근본적으로 호남 민심의 이반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데서 비롯된다.

호남의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민주당과의 재결합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지만 통합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열린우리당의 ‘구애’를 받는 상대방인 민주당은 통합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민주당을 나간 데 따른 감정이 여전히 깊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민주당을 흡수하는 형식이거나, 최소한 당 대 당 형식의 통합을 원하지만 민주당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민주당은 오히려 “통합하고 싶으면 탈당해 오라”는 입장이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최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을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창당된 당이다.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열린우리당은 당장 사분오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대표의 요구는 사실상 당 해체 요구나 다름없다.

열린우리당 내의 통합론자들도 민주당의 이런 거부감을 잘 알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통합론을 주도하고 있는 염동연(廉東淵) 의원이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합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염 의원은 “이도 저도 안 되면 ‘제3지대’에서 통합을 위해 뛰겠다. 탈당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3지대를 언급한 것은 당적을 유지한 채 당 바깥에 통합추진기구 같은 것을 만들어 통합론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을 끌어내는 방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통합론은 어떤 식으로든 열린우리당의 해체 또는 일부 이탈이 전제조건이 되는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나 친노 진영이 통합론에 비판적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인 듯하다.

열린우리당 내의 개혁당파나 영남 출신 의원들도 “통합은 지역구도를 부활시키려는 해당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고, 신기남(辛基南) 의원이 이끄는 개혁성향의 신진보연대도 “무원칙한 민주당과의 통합론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정치공학”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내년 지방선거가 통합론의 현실화, 열린우리당의 분열 여부를 가늠할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분열 기류가 가속화할 수 있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고건(高建) 전 국무총리가 통합론의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그가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가칭 국민중심당을 적극 지원하면서 사실상 정치의 전면에 나서고 두 당이 호남, 충청에서 선전할 때에는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열린우리당 일부와 민주당, 국민중심당이 뭉치는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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