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표단은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의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수석대표 회의 및 전체회의를 갖고 “2단계 회의를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일자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2단계 제5차 6자회담은 내년 초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 대북 금융제재 풀 발판 마련=2003년 8월부터 2005년 9월까지 열린 1∼4차 6자회담 중 차기 회담 개최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것은 1차 회담뿐이었다. 당시 북한은 미국의 ‘선(先) 핵 폐기’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며 ‘차기 회담 시기 및 장소를 조속히 확정하자’는 데만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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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에서 차기 회담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결정적인 배경도 미국이 북한의 해외자금 조달 창구인 마카오의 방코 델타아시아 은행을 제재한 데 북한이 반발해 10일 오전 ‘핵 폐기 논의 유보’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남측은 10일 오후부터 11일 오전 수석대표 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북측 및 미국 측을 각각 접촉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북-미 양자협의에서 논의하기로 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북측은 ‘핵 폐기 논의 유보’ 카드를 거둬들였다.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은 11일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자회담) 휴회 기간에 조(북)-미 쌍방은 회담을 열고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해 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기 회담 시기를 확정하는 것에 관해선 북측은 끝까지 거부 반응을 보였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수석대표 회의에 참석한 북한 측이 회담 개최 시기 확정에 강하게 반대했다”고 밝혔다.
결국 북한은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풀지 않을 경우 이 문제를 차기 6자회담 개최 시기와 연계해 미국을 압박하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휴회 장기화 가능성=이번 1단계 5차 6자회담의 주요 쟁점은 북한이 평북 영변의 5MW급 원자로 가동을 언제 중단하느냐는 것이었다.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진 않았지만 북-미 및 남북 양자협의에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번 회담 중 여러 차례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야 할 시점은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11일 기자회견에서 “북의 핵 활동 중 가장 눈에 띄는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는 게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보상)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차기 회담 개최 시기를 묻는 질문에 “11, 12월은 각국의 외교 일정이 빡빡하고 2월은 너무 늦다”고 답했다. 내년 1월이 차기 회담을 개최하기에 적당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이번 6자회담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 중 상당수는 12일 부산에서 시작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12∼14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하게 된다.
그러나 6자회담 휴회 기간 북-미 간 양자협의에서 대북 금융제재 문제뿐 아니라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과 대북 경수로 지원 시기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차기 회담 개최가 내년 초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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