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자신들의 ‘코드’와 맞지 않는 언론을 아예 축출하기로 작심한 것 같다. 정권을 비판하는 신문에 인터뷰를 하거나 기고하는 정부 인사들에 대한 경위 조사에 핏발이 서있는 청와대다. 이도 모자라 조 수석은 최근 “정무직 공무원이 정부 홍보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나가면 된다”고 위협까지 했다. 반면 정부는 KBS의 경영적자를 국민 세금에서 메워 주는 등 친노(親盧) 매체들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 노 대통령은 대안(代案)매체의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비판언론에 대항할 매체를 뜻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권주자도 눈치 보는 전투적 ‘언론코드’▼
청와대의 ‘언론코드’는 대권주자로 꼽히는 여권 정치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보의 인터뷰에 응하기로 약속했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소한 것도 ‘청와대 코드’를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으로 볼 만한 근거가 있다.
정권 핵심부의 기류가 이렇다 보니 일선 각 부처에서는 장관부터 말단 직원까지 언론을 외면하거나 공격하는 현상이 일종의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최근 이산가족 행사를 방북 취재하던 SBS 기자가 ‘납북자’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뉴스 송출을 못하게 하고 일부 기자의 취재수첩까지 빼앗았다. 그런데도 통일부 관계자는 “북이 취재를 방해해 보도를 못하면 우리만 손해”라며 오히려 우리 기자단에 사과(謝過)를 종용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현 정부의 언론 코드는 비판언론을 적대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친북(親北) 코드’라고 할 만하다.
문제는 현 정부의 빗나간 언론정책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점이다. 민주사회에서 국정수행과 정책 어젠다 설정에 가장 긴요한 것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언론을 통해 정책내용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반응과 비판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요체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언론정책, 피해자는 국민▼
입맛에 맞는 여론에만 귀를 기울이고 여론을 한쪽 방향으로 몰고 가면 필연적으로 국력 소모가 초래된다. 비효율적이라는 언론 지적을 무시한 채 정부가 강행한 공기업의 지방 이전만 해도 이미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과 해당기관 임직원들의 반발 등 부작용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소주세, LNG세의 인상과 저(低)출산 목적세의 신설도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다가 사실상 포기했다. 이 모두가 언론의 순(順)기능을 무시한 참여정부의 독선(獨善)과 독단적(獨斷的) 언론정책의 산물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강조하면서 “생산적 창조적 경쟁관계를 만들자”고 말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대립갈등을 조장하는 파괴적이고 비생산적인 언론정책을 계속 펴고 있다. 그 대가를 국민이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행태는 반(反)국민적이다.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여론을 끌고 가려는 것은 홍보가 아니라 선전 선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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