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0월 20일자 A12면 보도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崔成龍·53) 대표는 “중국 옌지(延吉) 시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 씨가 15일 오전 중국의 한국 외교공관에 진입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씨는 함께 탈북하려 했던 아버지 이 전 중위(당시 75세)가 8월 12일 뇌중풍(뇌졸중)으로 숨지자 9월 30일 홀로 탈북했으나 남한 친척들이 신원보증을 해주지 않아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고 북송 위험에 놓여 있었다.
특히 그는 탈북한 뒤 복통 때문에 중국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자궁암 선고를 받았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이 씨는 현재 식사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으며 하루에도 수차례 실신하는 등 가까운 시일 내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최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 갈 수 있게 돼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며 “먼저 아버지 고향인 충남 서천군에 들러 남한 친척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아버지의 시신을 한국에 모셔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한편 이 씨의 탈북을 권유했다 이 전 중위의 사망으로 이 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며 연락을 끊었던 이 전 중위의 동생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형님의 딸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으나 일단 이 씨가 입국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탈북 과정에서 서로 오해가 있었지만 이 씨가 입국하면 병 치료를 비롯해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돕기로 가족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씨의 탈북을 도운 납북자가족모임 최 대표는 “이 씨가 그동안 매일 신분을 속여 가며 병원을 다녀야 했기 때문에 육체적 심리적으로 매우 지쳐 있다”면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입국할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적인 노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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