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언론사 세무조사때 국정원, 언론사 20여곳 도청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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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국세청의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질 당시 국가정보원이 조사 대상 23개 중앙언론사 거의 모두를 도청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국정원이 도청을 통해 수집한 정보가 국세청에 넘겨져 세무조사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어 당시 세무조사의 불법성과 부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2001년 국정원이 20여 개 중앙언론사의 사주와 간부들을 대상으로 도청을 했다는 진술을 최근 전현직 국정원 간부와 실무직원들로부터 확보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는 정치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됐었다”며 “당시 언론사 사주와 간부들을 광범위하게 도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당시 국정원장은 임동원(林東源·1999년 12월∼2001년 3월) 씨와 신건(辛建·2001년 3월∼2003년 4월) 씨였다.

언론사에 대한 도청은 김대중 정권의 주요 관심사항이었던 언론사 세무조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정원 수뇌부가 언론사 관계자들의 동향을 파악해 관련 정보를 얻도록 독려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2001년 2월부터 6월까지 중앙언론사 23개를 대상으로 연인원 400여 명을 투입해 세무조사를 한 뒤 동아 조선 중앙 한국 국민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등 6개 신문사를 고발하고 법인과 대주주에 대해 총 5056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이어 그해 6월 동아 조선 국민일보 등 3개 언론사의 사주와 경영진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사주 3명이 구속됐다.

이에 따라 2001년 국정원이 도청을 통해 확보한 언론사 동향 정보를 국세청에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국정원이 언론사 도청 정보를 청와대에 보고했는지도 논란거리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의 감청 장비 폐기와 관련해 국정원이 2002년 3월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R2)와 카스(CAS) 등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수도권의 제철소에서 폐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 직원들이 장비를 폐기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확보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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