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조치는 식량의 시장거래를 금지하고, 개인의 밭에서 나온 생산물을 배급량으로 간주하는 등 국가가 식량을 장악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북의 식량배급 제도는 1990년대 이후 명맥만 유지돼 왔다. 이를 되살리겠다는 것은 “갈수록 확산되는 사회적 통제의 이완(弛緩) 현상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한 북한 전문가는 설명했다. “10·1조치에 따라 북 주민은 차등적인 가격을 적용받게 됐다. 쌀 1kg의 경우 직장에 출근하는 주민에겐 국정공급가격인 46원, 출근하지 않는 주민에겐 그보다 최대 17배나 비싼 ‘26호 가격’으로 공급한다. 이는 시장거래 허용으로 급격히 늘어난 유동인구를 통제하겠다는 의미”라는 것.
요컨대 10·1조치는 경제보다는 정치적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 조치의 주된 수혜 계층은 당 관료를 비롯해 군, 행정기관 등 이른바 ‘체제 유지 요원들’이다. 이들은 북한에 시장기능이 도입되면서 제한된 수준에서나마 농산물의 생산과 거래가 가능해진 농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 왔다. 북한 당국이 이들에게까지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이들의 불만이 크고 이로 인한 내부 갈등이 심각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북한의 물가는 올해 들어 껑충 뛰었다. 쌀 1kg의 시장가격이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400%나 올랐다. 최근 3년간 계속된 풍작으로 식량생산이 늘어나고, 남한 중국 등 국제사회가 지원한 것을 감안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폭등이다. 식량분배 체계의 왜곡과 일부 상인들의 매점매석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10·1조치 시행 이후 잠시 안정됐던 식량가격이 최근 다시 상승한 것을 보면 근거 없는 분석은 아니다.
이런 북한에 대해 정부는 근본적인 자활(自活) 처방은 제시하지 않은 채 ‘묻지 마’ 식 지원만 계속하고 있다. 쌀의 경우, 올해 지원분 50만 t은 북한의 1년 소요량(550만∼650만 t)의 10분의 1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북한의 올해 곡물 생산량은 460만 t에 이른다. 여기에 중국이나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받는 지원까지 보태면 북의 식량사정은 아직 부족하긴 해도 전보다는 한결 나아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대북 지원 패턴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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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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