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은 우선 국민적 합의 없이 만들어져 주로 운동 경기 등에서 사용되어 온 한반도기가 어느새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남북한 통일 국기로 오해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박효종(朴孝鍾·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한반도기는 사실상 남북 단일팀 협상 실무자들이 정한 것으로, 임시적이고 편의적인 성격이 강했다”면서 “그런데도 이것이 관행처럼 계속 사용되면서 많은 사람이 남북한의 단일 깃발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깃발이 통일 한국의 공식 국기는 아니라고 해도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논의해 국민의 동의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박 교수는 “이 한반도기가 왜 단일팀의 깃발이 되었는지 등등에 대해 자녀들에게 명쾌하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많은 국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국회 동의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제경기에서는 우승자의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연주하는 것이 관행인 만큼 남북한이 단일팀을 이뤄 국제경기에 출전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기와 국가 문제를 더 늦기 전에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견해다.
현재 남북한은 함께 사용하는 깃발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합의 없이 사안이 생길 때마다 협의해서 정하고 있다.
현재의 한반도기를 계속 사용할 경우, 국제적으로 ‘한국의 영토는 한반도뿐’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앞으로 주변국과의 영토 논란에서 불리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따라서 지금처럼 한반도를 깃발에 넣어 디자인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태극기 전문가인 김원모(金源模·근대 한미교섭사) 단국대 명예교수는 “남북한 관계자들이 모여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일 한반도기를 계속 사용한다면 독도를 꼭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해 왔다는 비판도 나왔다. 태극기 애국가 등 국가 상징물을 연구해 온 김연갑(金煉甲) 한민족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는 “북한은 한반도기와 아리랑에 대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계속 사용하자고 밀어붙이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특별히 한 것이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통일 한국의 상징물을 논의할 기구를 만들어 단일팀 상징물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은 태극기의 가로세로 비율이나 색 등의 제작 기준, 게양 및 관리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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