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유래는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단일팀 구성을 준비하던 1989년 3월의 남북체육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측은 흰색 바탕에 녹색 한반도 지도와 ‘KOREA’ 표기를 넣은 한반도기를, 북측은 황토색 지도에 적색으로 ‘KORYO’라는 표기를 넣은 한반도기를 주장했다. 양측은 10월 회담에서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를 그려 넣은 한반도기를, 11월에는 선수단 호칭을 ‘KOREA’로 하는 데 합의했으나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단일팀 구성이 무산돼 한반도기는 빛을 보지 못했다.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이후 한반도기는 올림픽 등 종합 국제대회에서 여섯 번에 걸친 남북 동시입장 때는 물론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 통일농구대회의 응원에 쓰이기도 했고, 8월 서울에서 열린 ‘자주 평화 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 아리랑도 南北기준 달라
한반도기의 영토 표시에 처음에는 한반도와 제주도만 포함됐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때는 울릉도가 새겨진 한반도기가 등장했지만 양측 합의에 어긋나 수정액으로 지우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아경기대회 때 북측이 준비해 온 한반도기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독도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일본을 바짝 긴장시켰다.
최근에는 울릉도는 물론 독도를 넣는 게 추세가 됐지만 아직도 명확한 제작 규정이 없다.
한반도기 제작업체인 기프트분당의 한 관계자는 “태극기 비율인 가로 세로 3 대 2의 보기 좋은 정도로 만들어 왔다. 명문화된 제작 기준이 없으니 우리로선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뚜렷한 기준 없이 한반도기가 제작되는 문제점은 국민도 인식하고 있는 상태. ID가 tkrhk117인 한 누리꾼은 “8월 남북통일축구대회 때 보니 한반도기가 모두 달라요. 선수들 유니폼엔 울릉도 독도가 없고 어떤 건 울릉도만, 어떤 건 독도까지 있어요. 이거 누가 만든 거예요”라고 항의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국가 대신 사용되는 아리랑도 채택 기준이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지. 북한은 광복 이전인 ‘1920년대 아리랑’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남측은 ‘서울 경기지역에서 널리 불려 온 아리랑’이라고 보고 있다.
○ 독일은 올림픽서 단일기 4번 사용
우리보다 먼저 단일팀 구성에 성공한 옛 서독과 동독은 1950년대 200여 차례의 협상 끝에 국명은 독일, 깃발은 검정 빨강 황금색의 3색 바탕에 흰 올림픽마크, 국가는 베토벤 교향곡 9번 d단조 합창의 4악장 ‘환희의 송가’를 채택해 사용했다.
단일팀 독일의 국기는 3등분해서 색만 순서대로 나열하면 되는 것으로 제작에 큰 어려움이 없다.
1956년 이탈리아의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부터 1964년 일본 도쿄 올림픽까지 4번의 올림픽에서 단일기를 사용했다. 이후 동서독의 긴장이 완화되자 단일팀의 의미가 희박해져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때는 단일팀 구성 없이 깃발과 노래만 공동으로 사용했다. 동서독은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는 따로 출전해 통일 이전까지 국기와 국가를 각각 사용했다.
반면 중국의 행정자치 특구인 마카오와 홍콩은 각종 국제 경기대회에서 자체 대표팀을 선발하고 중국의 오성홍기 대신 고유의 특구 깃발을 게양한다. 그러나 국가는 중국의 ‘의용군행진곡’을 사용한다.
반면 중국으로부터 체제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대만은 국기인 청천백일기 대신 대만올림픽위원회 깃발을, 국가 대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국기가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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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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