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자살 ‘검찰 악연’…2년새 정몽헌씨등 4건

  • 입력 2005년 11월 21일 03시 03분


이수일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20일 자살한 사건 이전에도 검찰의 조사를 받던 많은 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해를 시도한 일이 적지 않았다.

▽국정원 간부들의 자해=1994년 12월부터 1998년 3월까지 옛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지낸 권영해(權寧海) 씨는 역대 안기부장 중 재임 기간이 가장 길었다. 그러나 권 전 부장은 퇴임 후 ‘총풍’, ‘북풍’ 등 각종 공안 사건에 연루돼 4차례나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권 전 부장은 1998년 3월 북풍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서울중앙지검 특별조사실 화장실에서 면도칼로 할복을 기도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재임 기간 중 불법 조직인 ‘2차 미림팀’이 재구성된 것으로 밝혀져 이른바 ‘X파일’ 사건이 터진 후 다시 검찰에 소환돼 검찰과의 질긴 악연이 계속됐다.

안기부 도청 비밀조직인 ‘미림팀’의 팀장을 맡았던 공운영(孔運泳·구속기소) 씨도 7월 26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자신의 집에서 자해 소동을 벌였다.

공 씨는 당시 자신의 복부와 가슴을 흉기로 찌른 것이 가족에게 발견돼 인근 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공 씨는 병원에서 퇴원한 뒤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 조사 받은 고위층 인사 연이은 자살=2003년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을 시작으로 지난해 2월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 3월 남상국(南相國) 전 대우건설 사장, 4월 박태영(朴泰榮) 전남도지사 등 비리 사건에 연루된 유력 인사들이 검찰 조사 후 자살하는 사건이 이어졌다.

당시 고위층 인사들의 연이은 자살은 개인적인 심리적 압박 탓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정 전 회장의 투신으로부터 비롯된 유력 인사의 자살 도미노 현상으로 인해 검찰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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