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주민에 죄짓는 인권委와 시민단체

  • 입력 2005년 11월 28일 03시 07분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 속에서 내달 8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북한인권 국제대회’는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 회복을 위한 세계인의 결집된 의지를 보여 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대회를 외면하고 있다. 이름 날리는 시민단체 중에도 대회 참석을 기피하는 곳이 많다.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은 북한인권 국제대회 이인호 공동대회장이 참석을 요청하자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법률적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은 헌법상 명백히 우리 국민이다.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통치력이 북한 주민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인권은 인류 공통의 가치로서 국적(國籍)을 가리지 않는다. 국가인권위는 이라크 국민의 인권까지 거론하며 자이툰부대 파병 반대성명을 냈던 기관이다. 이라크 국민은 법률적으로 한국 국민이라서 그랬나.

국제인권연맹 로버트 애슈널트 회장이 “북한 주민 상당수가 아사(餓死)상태이고 집회, 결사(結社), 이주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고 지적하자 조 위원장은 “북한이 형법을 개정해 사형 조항을 33개에서 5개로 줄이는 등 조금씩 바뀌는 듯하다”고 응수했다.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이 지적한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감금, 영아 살해, 외국인 납치 같은 인권 유린이 몇몇 법률조항의 문제라고 보는가. 차라리 ‘김정일 정권의 비위를 거스를 용기가 없다’고 고백하는 편이 낫겠다.

다른 일에는 끼어들지 않는 데가 없을 정도로 참견하고 나서면서도 북한인권 대회에는 불참하겠다는 시민단체들도 비겁하기는 마찬가지다. 21세기인 지금 북한 주민이 당하고 있는 반(反)인권 참상에는 눈감으면서, 이미 사라진 20세기 남한 내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법적 시효(時效)까지 소급해 단죄하려는 태도는 참으로 이중적이다. 더구나 이들은 ‘동족끼리’라는 구호를 달고 산다. 그렇다면 이들은 2300만 북한 주민을 동족으로 여기지도 않는 셈이다.

이제 북한인권 대회를 외면한 국가인권위와 시민단체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인권’은 ‘당신들의 업권(業權)을 누리기 위한 인권일 뿐’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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