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미국인은 6·25전쟁 당시 미군의 희생과 경제 군사적 지원을 강조하면서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문제점은 감정이나 순진함, 배은망덕의 결과가 아니다. 문화적 감정적 사안이 없었더라도 동맹이 개정되어야 할 긴박한 필요성이 존재한다.
동맹관계를 긴장으로 몰아가는 실제 요인은 동북아 지역의 구조적 변화다. 이제 이 지역에서 아메리칸 리더십의 시대는 끝났고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냉전이 시작된 때부터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북아는 평화롭지는 않았지만 안정돼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소련과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저지해 온 미국의 견고한 동맹이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고립되어 있었고 경제적 중요성도 미미했다.
중국은 이제 동북아에서 강력한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련은 사라졌고, 남북한은 비무장지대(DMZ)를 관통해 도로와 철도를 건설할 정도로 상호 교류가 증가했다. 이제 문제는 한미 양국이 이런 급속한 변화에 걸맞게 어떻게 동맹관계를 재조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는 특히 중요한 문제다. 지역 상황의 변화에 따라 한미 양국의 장기적 전략적 관심사에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어 북한 핵무기는 핵심 의제가 아니다. 한국에는 지역적이고 정치경제적인 핵심 외교정책 사안이 두 가지 있다.
첫째, 한국은 핵무기가 있든 없든 북한을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동북아 지역 내로 재통합시킬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통일 한국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둘째, 한국은 필연적으로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점점 강력해지고 있는 중국과도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경제적 군사적 관계에 도달해야 한다.
한국의 지역적 관심과 대조적으로 미국의 관심은 세계적이고 군사적이다. 미국은 동북아 문제도 반(反)테러전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 지역의 안정, 통일한국의 속도와 방법 조절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많은 미국 학자와 당국자는 아직도 동북아를 냉전의 틀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이 긴밀한 한미동맹 아래 북한에 맞서기를 기대하며 중국의 급속한 부상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거대한 변환을 겪고 있다. 한국은 중국을 경계하면서도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하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 문제는 한국의 새 외교정책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이다. 한국은 중국 일본 미국을 함께 상대해야 한다. 동북아의 현실적 변화에 맞게 동맹은 재조정되어야 한다.
한미 군사동맹과 한미관계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교역 투자 관광 이민 협력 등 한미관계는 동맹의 수위와 무관하게 계속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동맹 자체는 재조정되어야 한다.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데이비드 강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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