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 버시바우, 한국무대 첫선…주한 美대사 오늘 공연

  • 입력 2005년 12월 2일 03시 02분


‘드럼 치는 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공식 데뷔’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 문’에서 리허설을 가졌다. 2일 데뷔 공연은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된다. 사진 제공 원스 인 어 블루 문
‘드럼 치는 대사.’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공식 데뷔’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 문’에서 리허설을 가졌다. 2일 데뷔 공연은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된다. 사진 제공 원스 인 어 블루 문
지금 서울 외교가는 알렉산더 버시바우(53) 주한 미국 대사의 드럼 연주에 흠뻑 취해 있다.

지난달 29일엔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이홍구(李洪九·전 주미대사) 서울국제포럼 이사장이 서울 성북구 성북동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주최한 추수감사절 파티에 참석해 솜씨를 보였고, 30일엔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뉴올리언스 재즈 밴드와 즉석 연주를 선보였다.

사실 버시바우 대사의 드럼 연주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예일대 재학 시절부터 가다듬은 실력이고, 동료 외교관들과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이라는 밴드를 조직해 활동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 동맹국들을 부를 때 사용하던 말이다.

여하튼 그는 한국에 부임하기 전부터 “내가 최초의 록 밴드 출신 주한 대사가 될 것 같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국에서 그의 공식 데뷔 무대는 2일 저녁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 문(Once in a Blue Moon)’으로 잡혀 있다. 그동안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10월 16일 서울 부임 직후부터 데뷔 무대를 물색해 왔다.

‘원스 인 어 블루 문’의 임재홍(林宰弘) 대표는 1일 “대사관에서 연락 온 게 한 달쯤 전이었고, 엊그제는 버시바우 대사가 직접 클럽을 찾아 한상원 밴드와 리허설까지 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의 말을 듣는 순간 버시바우 대사의 드럼 연주 실력이 아마추어 수준을 넘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 대표도 놀랐다고 했다. “처음엔 아마추어가 그냥 재미로 하는 줄 알았다. 그런 홍보 사진들을 많이 찍으니까…. 그런데 버시바우 대사가 리허설까지 하겠다고 해서 놀랐다. 재즈 뮤지션들 하고 어울려 연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기타리스트인 한상원(韓尙元) 씨도 “대사님의 드럼 실력에 깜짝 놀랐다. 프로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실력이었고 음악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리허설 때는 10곡 정도를 연습했다. 한 씨는 “연습곡 중에 ‘스토미 먼데이(Stormy Monday)’란 곡이 대단히 인상 깊었다. 블루스의 진한 맛을 알고 드럼을 친다. 롤링스톤스의 ‘새티스팩션(Satisfaction)’도 잘하시던데, 아마 2일 공연 때 앙코르곡이 될 것 같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정 의원 초청 추수감사절 파티 때 버시바우 대사의 연주를 지켜봤다는 열린우리당의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버시바우 대사가 한국 국민을 상대로 본격적인 대중외교(Public Diplomacy)에 나선 것 같았다”고 촌평했다.

지난달 30일 대사관저에서 열린 뉴올리어스 밴드의 연주회는 ‘버시바우식 대중외교’의 신호탄이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물바다가 된 뉴올리언스의 도린 케친스 밴드가 모금활동에 동참해 준 한국인들을 초청해 ‘본바닥 재즈’를 선물하는 자리였다.

김창혁 기자 chang@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브시바오? 버시바우?▼

‘버시바우? 브시바오?’

최근에 외교 뉴스를 전하는 기자들은 알렉산더 버시바우(Alexander Vershbow) 주한 미국대사의 이름을 한글로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이 생겼다.

각 언론사는 그동안 국립국어원과 언론사 어문·교열부장들이 참가하는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위원장 남기심·南基心 국립국어원장)에서 결정한 표기법에 따라 ‘버시바우’라는 이름을 사용해 왔지만 정작 대사 자신은 최근 외교통상부에 자신을 ‘브시바오’로 불러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

폴란드 이민자 집안 출신인 버시바우 대사는 가족이 처음 미국에 입국할 때 이민국 직원이 ‘버드나무’를 뜻하는 폴란드 성(Wierzbowy)을 잘못 알아듣고 ‘Vershbow’로 기록하는 바람에 발음과 다른 영문이름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1일 외래어심의공동위 소위원회에서 대사 이름의 표기법을 재논의했으며 한글 표기법상 당초 표기가 맞다고 확인했다. 또 주한 미대사관 측이 “한국의 표기법을 거스르면서까지 ‘브시바오’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힘에 따라 각 언론사는 당초의 ‘버시바우’로 계속 표기하기로 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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