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국제대회 개막]“인권 눈감는다고 北核 해결되겠나”

  • 입력 2005년 12월 9일 02시 59분


“北인권 관심을”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 환영만찬장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 테이블 왼쪽부터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인호(공동 대회장) 명지대 석좌교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부부. 안철민 기자
“北인권 관심을”
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 환영만찬장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 테이블 왼쪽부터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인호(공동 대회장) 명지대 석좌교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부부. 안철민 기자
《8일 북한인권국제대회의 첫 행사로 열린 북한인권보고회에서 각국 인권 운동가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데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또 올해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대북인권결의안이 갖고 있는 의미와 북한이 전 세계를 상대로 납치 행각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인권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수전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회장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할 경우 북한 정권이 무너지거나 핵무기로 반격할 것을 우려해 인권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그는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체제를 유지시키며 김 위원장의 개인 계좌를 불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김정일 정권이 붕괴됐을 때 들어가는 비용보다 김정일 정권을 유지시키는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미국이 북한의 핵 문제를 인권 문제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점도 질타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전략은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해소한 뒤 인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북한에 이런 협상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며 “김정일 정권은 핵 능력을 더 강화해 인권 문제를 잊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사면위원회(AI) 미국지부장을 지낸 데이비드 호크 씨는 “동북아 지역 및 한반도의 냉전 해소를 위해 북한의 인권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북한이 외국의 투자를 받고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하려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정도로 인권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동부의 명문대를 다니는 한국 교포 2, 3세들도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바사 영국 국제기독연대 변호사는 유엔 총회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보여 준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제기된 데 대해 한국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했지만 별다른 호응이 없었다”며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보고관의 조사 활동에 협조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유엔 총회에서 대북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북한, 세계 각국 사람들 납치”=일본의 납북일본인구출협의회 부회장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 씨는 북한이 납치한 타국인은 한국 일본뿐 아니라 세계 11개국에 걸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태국을 방문해 마카오에서 북한 측이 여동생을 납치했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났으며 북한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을 납치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힘을 모아 북한의 납치 실태를 파헤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인권 문제 외면해 부끄럽다”=보고회에 이어 열린 만찬 행사에선 국내 종교계와 정계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한국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수영(李秀英) 새문안교회 담임 목사는 만찬 축사에서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어 부끄럽다”고 말했다.

대회 공동대회장인 이인호(李仁浩) 명지대 석좌교수는 만찬 인사말에서 “정부와 국회는 이 대회에 따뜻한 지원을 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축사에서 “인권 문제에 대한 침묵은 통일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만찬엔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박진(朴振) 의원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부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협상을 담당하는 사이가 후미코(齋賀富美子) 일본 인권담당 대사 내정자도 참석했다.

그러나 국내 여권 인사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주최 측 관계자는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정의용(鄭義溶) 의원이 참석하기로 했으나 연락도 없이 불참했다”고 밝혔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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