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로 출국하기에 앞서 DJ에게 전화를 걸어 “이전부터 얘기가 있었던 만큼 북한을 한번 다녀오시는 게 어떻겠느냐. 가시게 되면 정부로서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DJ를 차례로 방문했던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방북을 권유한 데 이어 대통령까지 나선 것은 일차적으로 DJ의 방북을 징검다리 삼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J는 그동안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하나인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 약속 이행을 계속 촉구해 왔다. 따라서 DJ가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면 이 문제가 어떤 형식으로든 거론될 수밖에 없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DJ의 주선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이 훨씬 모양새가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동안 소원해진 DJ와의 관계 개선은 물론 남북 정상회담을 국내 정치용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미 DJ 방북 초청 의사를 세 차례 밝힌 데다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DJ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실현될 수 있는 상황이 돼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내년 봄쯤 DJ의 방북이 실현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DJ가 정부의 권유대로 방북을 서두를지는 불확실하다. ‘노벨평화상 수상 5주년 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인 김상근(金祥根) 목사는 7일 한 인터뷰에서 “DJ가 방북하면 김 위원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안은 북-미 간 문제여서 북-미 간의 신뢰 회복을 위한 조정 역할이 아니라면 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DJ의 방북은 단순히 남북 간의 중재 차원을 넘어 1994년 1차 북한 핵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처럼 북-미 간 조정자 또는 특사라는 큰 차원에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이 DJ의 이런 역할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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