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권에서 외무부 장관, 현 정권에서 주미대사를 지낸 한 교수의 지적이 공감을 얻는 것은 실용과 실리의 대차대조표를 무시한 현 정부의 외교가 이미 국민부담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주’를 앞세워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작업만 해도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을 예고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없는 미군이 한반도에 더 주둔할 이유가 없다”는 합리적 담론(談論)은 자주라는 정권코드 앞에 발붙일 틈이 없다.
정부가 연말로 예정됐던 노 대통령의 방일(訪日)을 취소하자 일본 측은 외상이 나서 “대통령 안 온다고 관계가 단절되느냐”고 응수했다. “할 테면 해 보라”는 상대의 자세에는 ‘대일(對日)외교전쟁’을 진두지휘해 온 노 대통령에 대한 반감(反感)이 짙게 깔려 있다. 심지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하는 장관급 실무회담에서조차 과거사 논쟁이 벌어지는 형편이다.
현 정부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중국과의 관계는 고구려사와 ‘기생충 알 김치 파동’ 등을 둘러싼 마찰로 앙금이 쌓였다. 미일에서 멀어진 거리만큼 중국과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모두가 어설픈 아마추어리즘과 망자존대(妄自尊大)의 상황인식이 빚어 낸 결과다. 그런데도 정권 관계자들은 입만 열면 ‘외교목표 초과 달성’을 자랑한다. 코드와 감정을 앞세운 외교가 국내정치 측면에서는 흑자를 봤다는 계산 때문인가.
한 교수는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게임임을 잊지 말고 일방적 승리가 아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말을 아끼고 상대 의견을 경청하라”고 주문했다. 이 충고가 ‘쇠귀에 경 읽기’로 그치면 결국 국민이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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