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투표 논란=열린우리당 의원 2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경 미리 본회의장에 들어가 의장석 주변을 점거했다. 본회의장 출입문은 소속 의원들과 보좌진이 봉쇄했다. 이들은 곧바로 진입을 시도하던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여 본회의장 오른편 출입문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오후 1시 45분경 본회의장에 입장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단상 주변을 점거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대치 중이던 2시 42분경,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국회 경위 40여 명의 경호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당초 5번째 안건이었던 사학법 개정안을 먼저 상정한 김 의장은 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 의원이 열린우리당 정봉주(鄭鳳株) 의원의 제안 설명을 물리적으로 저지하자 “제안 설명은 단말기를 참조해 달라”고 말한 뒤 표결을 선언했다.
의장석 주변을 막고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 상당수가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느라 자리로 돌아가지 못했고 이 때문에 통상 몇 초밖에 걸리지 않던 전자투표가 7분여 동안 진행됐다. 표결 결과는 찬성 140명, 반대 4명, 기권 10명.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의원 138명과 무소속인 김 의장, 민주노동당 현애자(玄愛子) 의원이었다. 자민련과 무소속 의원 4명은 반대, 민노당 의원 7명과 민주당 의원 3명은 기권했다.
문제는 표결 당시 의장석 주변에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 30∼40명이 과연 투표를 했느냐다. 이들은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들에 둘러싸여 움직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대리투표가 절반 이상이었다”며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곧바로 표결 당시 본회의장을 찍은 국회방송과 각 언론사에 녹화 테이프와 사진 판독을 요청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의원들이 교대로 표결에 참여했으며 표결 상황을 검표 요원들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대리투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무기력한 한나라당=당초 ‘결사 저지’를 선언한 한나라당은 본회의장 입장 허용 시간인 오후 1시 반까지 본회의장 진입을 미루다 선수를 친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의장석과 단상 주변을 내줬다. 시위용 피켓을 준비한 데 대해서도 애초부터 피켓을 들고 시위 정도만 할 생각이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표결 직후 안상수(安商守) 의원은 “막으려면 어젯밤부터 여기에서 농성을 했어야지 이게 뭐냐. 전원 의원직 사퇴서를 쓰자”고 말하기도 했다. 곧바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미리 작전을 짜서 의장 공관을 막든지 해야 했던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나라당은 “현 국회의장이 사회를 보는 회의에는 일절 응하지 않겠다”며 의원 100여 명이 오후 6시경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항의 농성을 시작했지만 두 시간 만에 해산했다. 한 보좌관은 “이러니 ‘웰빙정당’ 소리를 듣는 것 아니겠느냐”며 허탈해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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