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 의회로비 전쟁현장]‘K스트리트’에 한국이 떴다

  • 입력 2005년 12월 12일 02시 55분


《이태식(李泰植) 주미 한국대사는 9일 서울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앞으로 서한을 보냈다. 내년도 대(對)미국 의회 로비를 위해 신청한 예산 10억 원의 차질 없는 배정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 대사는 “일본보다 비싼 미국산 무기 구입 체계를 바로잡고, 한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P) 가입 및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로비 목표까지 제시한 것이다.》

주미 대사관은 워싱턴의 로비회사 ‘스크라이브 스트래티지스 & 어드바이저(이하 스크라이브)’와 10∼12월 3개월간 시험 계약을 체결하고 ‘로비 외교의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본보가 미 법무부를 통해 입수한 계약서 사본에 따르면 월 보수는 ‘실비’ 수준인 1만 달러.

한국 정부가 워싱턴 로비회사들의 ‘본거지’인 이른바 K스트리트를 통해 본격적인 로비 네트워크 구축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일부 가시적인 성과도 감지되고 있다. 댄 버튼(공화) 하원의원은 8월 미 의회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서한(Dear Colleague Letter)’을 돌렸고, 조지프 바이든(민주) 상원의원은 11월 한국의 미국비자 면제 필요성을 제안했다. 짐 모랜(민주) 하원의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비자 면제를 촉구하는 편지까지 썼다.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징후들이다.

K스트리트의 한 로비스트는 “그동안은 한국대사관의 의회 담당 외교관이 의원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신분을 밝히고 용건을 얘기해도 ‘노스 코리아’냐 ‘사우스 코리아’냐 라는 소리를 들었던 게 한국 외교의 현실”이라며 “로비스트들의 징검다리 역할 없이 워싱턴의 중요한 정책결정자들을 만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金昌準) 고려대 연구교수는 “참여정부 이후 한미동맹 관계가 나빠졌는데 로비스트를 전면에 내세운다고 문제가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K스트리트::

알파벳으로 거리의 이름을 붙이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있는 거리 이름. 백악관 주변을 지나는 거리다. 로비회사 이외에도 대형 법률회사와 싱크탱크들이 모여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기업 자영업자 노동자단체 등 이익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로비스트 집단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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