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총리의 ‘코드 달래기’ 이중 플레이

  • 입력 2005년 12월 13일 03시 03분


이해찬 국무총리는 어제 “긴급조정권은 불가피하게 사용돼야지, 노무관리 차원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대한항공 노사분규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지 하루 만의 ‘자기 부정적’ 발언이다. 총리와 노동부 장관은 다른 정부에서 일하는가.

독과점 기간산업인 대한항공의 조종사들이 강행한 파업은 설득력이 없었고, 경제와 민생에 즉각적으로 큰 손실을 안겼다. 건설교통부는 노동부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요청했다. 노동부 장관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해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근거해 적법한 권한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조종사들이 업무에 복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총리는 긴급조정권 발동이 부적절했다는 듯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에 앞서 협의 시스템을 가동했을 것이다. 노동부에선 “김 장관은 노사 자율교섭을 강조했지만 다른 고위 인사들이 조정권 발동을 주장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실세(實勢)총리’라는 이 총리가 뒤늦게 정부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말을 하는 데는 딴 뜻이 있는 게 아닌가. 이 총리의 발언은 긴급조정권 발동을 비난하는 민주노총의 성명에 맞장구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노무현 정부 사람들의 ‘내 편 달래기’를 위한 이중적 언행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MBC가 ‘PD수첩’ 사태로 궁지에 몰리자 노무현 대통령이 감싸기에 나섰던 것도 비슷한 양상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국가정보원 도청에 대해 노 대통령이 DJ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나, 이 총리가 DJ를 찾아가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불구속 협상’을 벌인 것도 마찬가지다. 이 정부 핵심들은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전략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양두구육(羊頭狗肉)의 국민 속이기일 뿐이다.

김 장관은 현 정부 안에서 보기 드물게 국민경제 살리기와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해 균형 잡힌 자세로 일하는 장관이라고 우리는 본다. 이런 장관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코드에 매달리는 대통령과 총리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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