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노 대통령과 원 총리는 이날 오전(현지 시간) 쿠알라룸푸르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으고 일본 정치지도자의 올바른 역사인식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원 총리는 “일본 지도자가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다섯 차례 참배하면서 중국과 한국 국민의 감정을 크게 손상시키고 중일, 한일 관계에 많은 장애를 만들었다”며 “한중일 3국의 협력 강화라는 목표 달성은 일본 지도자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게 △야스쿠니신사 참배 불가 △올바른 역사교육 △일본의 독도문제 거론 불가 등 3대 원칙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원 총리에게 중국이 앞으로 15년간 4000만 kW 규모로 건설을 추진 중인 원전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하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중일 3국 정상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9차 ‘아세안+3’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전 대기실에서 잠시 조우했으나 역사인식 문제 등 현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과 중국에서 한류(韓流)가 큰 인기다. 한류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궁금하다”고 한류를 화제로 삼아 덕담을 건넸다. 이에 노 대통령은 “2500년 전부터 중국 문화가 한국에 영향을 미쳤고, 100년 전부터는 일본 문화가 한국에 유입됐으며 5년 전부터는 한국 문화가 중국과 일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류가 상업적 이익보다는 3국 간 문화적 공감대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세안+3’ 정상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의 비전을 담은 ‘쿠알라룸푸르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14일 처음 개최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아세안+3’ 정상회의와 함께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동아시아의 정체성을 함양하기 위해 ‘동아시아 주간’ 지정을 제안하고 정보기술(IT) 협력사업에 1000만 달러를 지원할 뜻을 밝혔다.
쿠알라룸푸르=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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