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7억vs119억…‘10분의 1’논란 재연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2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가 삼성그룹 채권 수사와 관련해 2002년 대통령선거 전 삼성그룹이 이회창(李會昌) 캠프에 24억7000만 원의 채권을, 노무현(盧武鉉) 캠프에 6억 원의 채권을 추가로 건넸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여야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사실은 노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재(李光宰) 열린우리당 의원과 안희정(安熙正) 씨 등 노 대통령의 최측근 2명이 모두 ‘삼성 돈’을 받은 데다 이 의원이 삼성그룹으로부터 6억 원의 채권을 받은 뒤 “우리 캠프의 창구는 안희정”이라며 사실상 삼성그룹에 안 씨를 소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논란 재연된 ‘10분의 1’ 발언=이번 수사 결과 여야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는 한나라당 847억9000만 원(대선자금 수사 때는 823억2000만 원), 노무현 캠프 119억6200만 원(대선자금 수사 때는 113억6200만 원)으로 늘어났다. 노무현 캠프의 불법자금 규모는 한나라당의 7분의 1 수준.

노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던 2003년 12월 “대선 때 우리가 쓴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계진(李季振)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과거 발언이 아직도 유효한가”라고 논평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추가 뭉칫돈 유입 사실이 새로이 드러났음에도 맞대응을 자제했다. 박용진(朴用鎭)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번 기회에 한나라당과 노 대통령은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를 낱낱이 밝히라”고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광재 의원, 사실상 안희정 씨와 삼성그룹 중개=검찰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2002년 5월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이 의원에게 채권 6억 원을 건넸다. 전달자는 김인주(金仁宙)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 직속인 박모(사망) 상무. 이 시기는 노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4월 27일)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로 당시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50%를 넘었다.

이 의원은 박 상무에게서 채권을 건네받으며 “나는 돈을 만지지 않으니 다음부터는 안희정을 찾으라”고 했고, 이후 삼성그룹은 안 씨에게 채권 15억 원(2002년 8월), 현금 15억 원(2002년 11월)을 건넸다. 이 의원은 대학 동문 최모 씨를 통해 6억 원의 채권을 4억5000만 원의 현금으로 바꿨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의원에게 건네진 삼성그룹 채권은 6억 원에 불과하지만 삼성그룹이 2000∼2002년 매입한 800억 원대의 채권이 정치자금으로 쓰인 첫 케이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2002년 4월 말 여야 대선 후보가 확정되자 회의를 열어 서정우(徐廷友·한나라당) 변호사와 이광재(노무현 캠프) 의원을 양당 후보의 창구로 선택해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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