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조달러’ 3국3색] 美 “확실” 北 “날조” 南“글쎄”

  • 입력 2005년 12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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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의혹을 둘러싸고 미국과 한국, 북한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25일 방송될 SBS ‘한수진의 선데이클릭’과의 22일 녹화에서 “위폐 발행에 (북한) 국가기관이 관여하고 있다는 신빙성 높은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0일 “슈퍼 노트(100달러 위조지폐)를 직접 봤다”고 말한 데 이어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위폐 제조 의혹을 날조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한국은 ‘위폐 제조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범죄행위’라면서도 사실 여부를 판단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위폐문제에 대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위조해 유통시키는 것은 국제 경제질서를 허물고 미국의 안정을 해치는 범죄행위이므로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위폐 문제를 꺼내 대북(對北) 금융제재에 나선 것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압박용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9월 4차 6자회담 직후 경수로 제공을 요청하고 나온 데 맞서 미국이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위폐 문제로 응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 내에서 강경파의 발언권이 커지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미묘한 국제 역학관계가 얽힌 핵문제와는 달리 위폐 문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제사회의 응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강력히 부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위폐가 마약, 밀수 등과 함께 북한 정권의 주요 ‘통치자금’ 통로라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정부는 이 문제로 북-미가 끝없는 진실게임만 벌이는 상황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6자회담에 악영향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확실한 증거 없이 북한을 자극하거나 제재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측에 위폐 제조에 관한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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