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년 공동사설서 ‘反美’ 강조

  • 입력 2006년 1월 2일 03시 00분


북한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등 3개 기관지 명의의 신년 공동사설에서 ‘반미를 위한 민족 대단결’과 ‘남한 내 반보수 대연합 구축’을 촉구했다.

매년 1월 1일 발표되는 신년 공동사설은 북한의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각 분야 정책방향을 담고 있다.

북한은 이번 공동사설에서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민족공조로 미국의 간섭과 지배를 단호히 배격하며 외세와 야합한 반통일 세력들의 매국배족 행위를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00년 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된 6월 15일을 ‘우리민족끼리의 날’이라는 기념일로 지켜나갈 것을 제안했다.

북한은 이어 “남조선에서 반보수 대연합을 이룩하는 게 중요하다”며 “남조선의 친미보수 세력은 6·15통일시대를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려 집권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최후 발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올해 남북교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남한 내 친북진보세력과 함께 반미전선을 강화해 나갈 방침을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북한은 이번 공동사설에서 국제사회가 문제 삼고 있는 핵 및 인권문제와 위조지폐 제조 의혹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핵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나 같은 해 2월 갑작스럽게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한 바 있다.

북한은 또 이번 공동사설 경제분야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농업을 ‘경제건설의 주공(主攻)전선’으로 설정해 식량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공동사설 내용은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식량증산을 통한 먹는 문제 해결, 선군(先軍)정치 등 기존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체제수호 의지를 과시하는 데 역점을 둔 것으로 통일부는 분석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공동사설에서 농업, 군사 부문 등에서 ‘다시 한번’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며 “이는 작년에 비해 큰 태도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자회담 등 국제 현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에 대한 자극적인 용어도 삼가고 있다”며 “정세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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