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의 ‘유시민 비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당의장도 경제부총리 밑의 산업자원부 장관 자리에 감지덕지하는 마당에 여당 의원들이 자리를 걸면서까지 대통령의 결정에 반기(反旗)를 들지도 의문이다. 노 대통령은 뜻을 관철해 유 의원이 대변한다는 ‘특정 계층’의 인기를 얻고, 여당은 ‘우리도 민심에 따라 반대할 만큼 했다’는 흔적을 남기는 선에서 봉합하지 않겠는가.
국민은 ‘전문가 중심의 화합형 개각’을 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유시민’으로 상징되는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코드 인사’로 답했다. 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좀 더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런 개각으로 한 해를 시작하면서 미래를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겠는가.
‘유시민’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 이미지를 새삼 열거할 생각은 없다. “유 의원이 입각하면 당 지지율이 5%는 떨어질 것”이라는 여당 중진의원의 한마디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유 의원이 장관 자리에 앉아 경박한 언행을 일삼으며, 돌출적이고 급진적인 정책을 쏟아낸다면 어떻게 될까. 한 국회의원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국가와 국민에게 골칫거리를 안길 우려가 높다고 우리는 예견한다. 더구나 보건복지 행정은 분배(分配)의 정치적 성격을 두고 계층간 이해(利害)가 첨예하게 충돌할 수 있는 분야다. 이 점만으로도 ‘특정 계층’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유 의원은 복지부 장관으로 적절하지 않다.
노 대통령은 공론(公論)을 존중하는 국정운영보다는 자신의 코드에 맞는 인사와 인위적인 정치판 틀 짓기에 몰두하는 느낌이다. 이런 ‘오기 정치’가 그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국민에게 더 큰 상처를 안길까 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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