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유 의원 입각에 대한 당의 반발기류를 고려해 1·2 개각 발표 당시 복지부 장관 내정을 유보하고 5일 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의견을 수렴키로 했으나 이날 전격적으로 유 의원 내정을 발표함에 따라 당과 청와대 간의 갈등이 새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김완기(金完基)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당과 청와대 사이에 논란이 증폭되고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을 속히 종식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아래 대통령이 심사숙고 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대변인도 “당내의 여러 의견을 숙고해 대통령이 고유의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짤막하게 논평했으나 다수 의원은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고 반발했다.
김영춘(金榮春) 이종걸(李鍾杰) 안영근(安泳根) 조배숙(趙培淑) 임종인(林鍾仁) 의원 등 초·재선 의원 18명은 이날 발표한 공동 성명서에서 “정치인 입각은 대통령과 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행위라는 점에서 오늘 내정 발표한 복지부 장관 인사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대통령의 인사권은 원칙적으로 존중돼야 하지만 개각 인사는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예시한다는 점에서 여론과 당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며 “향후 당-청 관계에 대한 근본적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의원들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생산적 당-청 관계에 대한 질서 있는 토론을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야당은 야당대로 ‘독선 인사’라고 비난하며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쟁점화할 태세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독선과 오만의 극치를 보여 줬다. 오직 ‘코드’만 고려한 이해할 수 없는 인사다”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너무 황당해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국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을 보니 올 한해가 걱정된다”고 했고 민주노동당 박용진(朴用鎭) 대변인은 “국민 무시 정치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유 의원이 얼마나 부적격자인지를 밝혀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유 의원은 당 대변인실을 통해 배포한 ‘공식 입장’을 통해 “저에 대한 야당과 일부 언론, 그리고 당 일각의 비판과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며 “이 모두가 저의 부족함에서 빚어진 일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다른 모든 일을 다 잊고 오로지 복지부 장관으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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