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갈등 어디로]“靑 밟고 갈수도” vs “차라리 떠나라”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03분


열린우리 지도부 긴급 회동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에 따른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지도부 긴급 모임에 나온 정세균 의장(오른쪽) 등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김경제 기자
열린우리 지도부 긴급 회동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에 따른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지도부 긴급 모임에 나온 정세균 의장(오른쪽) 등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김경제 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유시민(柳時敏) 의원 입각 강행에 따른 당-청 갈등이 외견상으로는 봉합돼 가는 분위기지만 내상(內傷)은 깊어지고 있다.

5일에도 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과의 절연(絶緣)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친노(親盧) 진영에서는 “유 의원 입각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따로 당을 만들려면 만들라”는 ‘분당(分黨) 불사’ 발언까지 나오는 등 당내 갈등도 심상치 않다.

유 의원과 같은 개혁당 출신인 김원웅(金元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인사로 당-청은 이혼 위기에 처했고 이러다간 당이 대통령을 밟고 일어서는 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 의원은 (노 대통령에게) 입안의 혀처럼 편안한 사람으로 내가 대통령이었어도 유 의원을 귀여워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그저 ‘맞고요’라고 (대통령의)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통한 사태 수습을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여권 내 친노 세력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노혜경(盧惠京)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유 의원의 입각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겨냥해 “그런 분들끼리 당을 하나 만들어도 상관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내 양대 계파인 정동영(鄭東泳) 전 통일부 장관계와 김근태(金槿泰) 의원계가 유 의원 입각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해 전반적인 당내 분위기는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듯하다.

정 전 장관은 이날 광주를 방문해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집권여당의 자부심과 긍지에 상처가 생겼고 대통령의 권위에 부담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을 지지하는 재야파 의원 10여 명도 이날 회동을 갖고 ‘적절한 인사는 아니지만 내부 분란을 일으키면 노무현 정부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날 유감 성명을 냈던 초재선 의원 18명은 6일 참여 의원 수를 30여 명으로 늘려 다시 모임을 갖기로 했지만 더 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유시민 카드’ 강행에 경악하면서도 그 이상의 행동에 나서지 않은 데에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뒤집을 만한 뾰족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청 간, 또는 친노-비노(非盧) 간 갈등은 차기 대선구도를 포함한 정국 운영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쉽게 해소될 성격은 아니다. 특히 2·18전당대회와 5월 지방선거 등 앞으로의 일정이 정치적 유동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내전의 ‘불씨’가 언제든 재연(再燃)될 수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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