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에도 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과의 절연(絶緣)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친노(親盧) 진영에서는 “유 의원 입각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따로 당을 만들려면 만들라”는 ‘분당(分黨) 불사’ 발언까지 나오는 등 당내 갈등도 심상치 않다.
유 의원과 같은 개혁당 출신인 김원웅(金元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인사로 당-청은 이혼 위기에 처했고 이러다간 당이 대통령을 밟고 일어서는 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 의원은 (노 대통령에게) 입안의 혀처럼 편안한 사람으로 내가 대통령이었어도 유 의원을 귀여워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그저 ‘맞고요’라고 (대통령의)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통한 사태 수습을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여권 내 친노 세력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노혜경(盧惠京)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유 의원의 입각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겨냥해 “그런 분들끼리 당을 하나 만들어도 상관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내 양대 계파인 정동영(鄭東泳) 전 통일부 장관계와 김근태(金槿泰) 의원계가 유 의원 입각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해 전반적인 당내 분위기는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듯하다.
정 전 장관은 이날 광주를 방문해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집권여당의 자부심과 긍지에 상처가 생겼고 대통령의 권위에 부담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을 지지하는 재야파 의원 10여 명도 이날 회동을 갖고 ‘적절한 인사는 아니지만 내부 분란을 일으키면 노무현 정부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날 유감 성명을 냈던 초재선 의원 18명은 6일 참여 의원 수를 30여 명으로 늘려 다시 모임을 갖기로 했지만 더 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유시민 카드’ 강행에 경악하면서도 그 이상의 행동에 나서지 않은 데에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뒤집을 만한 뾰족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청 간, 또는 친노-비노(非盧) 간 갈등은 차기 대선구도를 포함한 정국 운영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쉽게 해소될 성격은 아니다. 특히 2·18전당대회와 5월 지방선거 등 앞으로의 일정이 정치적 유동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내전의 ‘불씨’가 언제든 재연(再燃)될 수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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