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유시민(柳時敏)’이라는 평가를 받는 원 최고위원이 또다시 내놓은 ‘돌출 발언’인 데다 장외 투쟁에 대한 당내 반발이 극단적으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당의 중진들은 그의 탈당까지 거론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5일 최고 및 중진 연석회의가 열리자마자 “원 최고위원의 인신공격성 인터뷰가 비판의 도를 넘어섰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표는 “아무리 세상이 민주화됐어도 말은 가려서 해야 하고 당 대표에 대한 막말은 삼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그는 “원 최고위원이 그동안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생각을 대변해 왔다”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원 최고위원은 박 대표의 발언 직후 회의장에 들어왔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최고위원들과 중진들의 원색적인 비판이 원 최고위원에게 쏟아졌다. 일부 중진 의원은 “차라리 새로운 당을 만들어 대표가 돼 소신을 펼치라”, “한나라당과 계속 함께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밝히라”며 사실상 탈당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시간 30분 이상 이어진 이날 회의는 원 최고위원이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나친 표현에 대해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이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박 대표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과가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싸늘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모성적인 포용의 이미지를 보여 온 박 대표가 자기 식구에 대해 공개 석상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공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장외 투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당내 결속력 약화와 소장파들의 분열된 행동을 우려한 박 대표의 정면 대응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이른바 ‘반박(반 박근혜)’ 진영의 핵심 멤버로서 박 대표는 물론 한나라당의 정책에 잇따라 반대 견해를 밝혀 온 원 최고위원에 대해 그동안 쌓여 온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 최고위원은 지난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X파일 처리와 감세안, 대북지원 방안 등 여야가 대치하는 주요 현안마다 당론과 다른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이 때문에 그가 입만 열면 “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자동적으로 나왔을 정도.
당내에서는 “원 최고위원이 (당권 등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입지 확대를 위해 돌출 발언을 한다”는 해석도 나돌고 있다.
강경 보수파인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한나라당의 유시민’이자 ‘지능적 좌파’, ‘해당(害黨)행위 중증 질환자’인 원 의원은 대권 가도의 장애물에 불과하니 스스로 당을 떠나라”며 탈당을 촉구했다.
그러나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원 최고위원의 발언 같은 생기 있는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야당일 수 있느냐”며 그의 발언을 두둔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현안에 대한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의 공개 입장 표명 | ||
현안 | 당 입장(혹은 당내 상황) | 원희룡 의원의 발언(행동) |
X파일 처리문제 | 도청된 내용의 공개는 위헌 | “X파일 내용 전면 공개해야” “공개를 막으려는 것은 과거 권력의 배후를 비호하려는 음험한 작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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