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는 중도가 우세한 가운데 진보가 보수에 비해 다소 많았다. 2001년에도 비슷하게 유지됐다. 이런 이념적인 지형이 1997년,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김대중(金大中)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승리했던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최근 조사된 2005년 자료에서는 진보가 오히려 쇠퇴하고 보수층이 두꺼워져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 사회가 보수화의 길로 접어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에서 과거 군부독재와 친화력이 있는 수구 및 보수세력에 대한 비판과 공격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한 비판과 공격을 최전방에서 담당했던 세력이 두 번에 걸쳐 정권 창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난 8년간 진행된 진보 실험은 성공한 것 같지 않다. 실패한 진보 실험이 우리 국민을 다시 보수화의 길로 가도록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인 자유경쟁에 대해 ‘일을 더 열심히 하게 하고 창조성을 높인다’고 긍정적인 응답을 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그러한 응답비율은 다소 상승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지난 10년간 사기업보다는 국영기업의 확대를 지지하는 사람이 오히려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 한국인들의 이념 성향이 일관되게 조직돼 있지 않음을 보여 준다.
한국인 이념 체계의 비일관성은 한국 정치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정당정치가 이념과 정책 중심의 경쟁이 아니라 지역주의에 근거한 인물 중심의 싸움판이 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주관적 이념은 중도가 두꺼운 가운데 보수화 경향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이남영 숙명여대 교수·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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