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접견權’ 어디까지…

  • 입력 2006년 1월 16일 03시 05분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피의자와 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권은 절대적 권리일까.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공범이 있는 경우 변호인의 변론 활동은 어느 선까지 허용돼야 하는 걸까.

최근 대형 법조 브로커 윤상림(53·구속 기소) 씨 사건에서 변호인 접견권을 둘러싸고 법원 검찰 변호사 사이에 논란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피고인(윤상림)과 변호인들이 말을 맞춰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며 5일 일부 변호인에 대해 윤 씨에 대한 접견을 금지해 달라고 윤 씨 사건 담당 재판부에 요청했다. 수사 중일 때는 검찰이 접견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만 윤 씨는 이미 기소된 상태여서 접견 허용 여부는 법원의 권한으로 넘어갔기 때문.

검찰 관계자는 “윤 씨의 변호인이 다녀간 뒤에는 외부에서 검찰에 출두하는 중요한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이 바뀌고 있다”며 “윤 씨가 변호인을 통해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10일 검찰의 접견 금지 신청을 기각했다. 윤 씨의 혐의 사실 중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해 접견 금지가 필요한지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가족은 물론 변호인까지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인데…”라며 법원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검찰은 13일 다시 접견 금지 신청을 했다.

검찰은 피의자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권리이며 인권 보호 차원에서 보장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 사건 수사 검사는 “변호인이 단순히 피의자가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것을 도와주는 정도가 아니라 직접 증거 인멸, 위증 교사 등 범죄 행위에까지 가담하는 것도 허용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수부의 다른 검사도 “변호인들이 구치소에 수감된 의뢰인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줘 외부에 있는 공범과 말맞추기를 하거나 증거 인멸을 하도록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행법에 변호인 접견의 한계에 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변호인이 어느 선까지 의뢰인을 위해 일을 할 것인지는 순전히 변호사 개인의 ‘윤리적인’ 문제로 남는다.

최근 법조계에 변호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윤리’가 잊혀진 지 오래라는 지적이 많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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