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납북자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은 있었지만 전쟁 중 납북된 납북자 가족이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이 소송에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 선수의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운 동아일보 이길용(李吉用·당시 51세) 기자의 유족과 권태술(당시 47세) 서울 중구청장의 유족, 이주신(당시 40세) 서울지검 부장검사의 유족 등이 참여했다.
소송에 참여한 원고는 각각 10명, 5명이며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1인 당 500만~1000만 원이어서 각 건별로 1억 원, 2500만 원이다.
남북인사 가족협의회는 소장에서 "전쟁이 터진지 55년이 넘도록 정부에 납북자 생사확인과 실태파악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면서 "정부가 남북회담 등을 통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기만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미일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제1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6·25 전쟁 납북자에 대해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며 "납북자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지금 마지막 수단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귀환 납북자 4명이 9일 북한 조선노동당 등을 상대로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낸 것과 관련해 "적절한 시기에 고소장 접수 사실을 북한 측에 알려줄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고소장을 접수한 이재근(68) 씨 등이 고소장 제출 사실을 북측에 알려달라고 했을 뿐 고소장을 전달해 달라고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와 함께 고소장을 전달한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崔成龍) 대표는 "고소장을 통일부 민원실 납북자 담당자에게 주면서 북측에 고소장을 전달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이를 부인했다.
최 대표는 "통일부에 다시 고소장 전달을 요구한 뒤 추후 조치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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