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해 10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도 김윤규(金潤圭) 전 부회장의 퇴진을 문제 삼으며 “현대그룹 회장이 야심가들의 충동을 받아 김 전 부회장을 따돌리고 그의 목까지 떼었다”고 강하게 비난했었다.
북한은 또 자신들과 ‘의리로 맺어진’ 김 전 부회장을 도와 대북사업을 했던 심재원 부사장 등이 사실상 퇴진했기 때문에 더는 현대아산과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표면으로는 그렇지만 정부 내에선 북측이 백두산 및 개성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 다른 남측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경쟁체제를 조장해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다른 기업들이 앞 다퉈 이들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북측을 접촉하고 나설 경우엔 대북 사업 전반에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또 북측이 이미 오래전부터 금강산 관광사업을 제외한 다른 사업에서 현대아산을 배제하려는 방침을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아태평화위 대변인 담화엔 “현대와 개성 관광사업을 도저히 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북측이 금강산 관광객 수를 절반으로 제한한 뒤 ‘현대아산과의 사업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히고 압박에 나섰다가 결국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시켰던 점에 비춰 이번 현대아산 사업 배제 방침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북한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과 북측 아태평화위는 2000년 8월 백두산 관광과 개성공단 건설 등을 함께하기로 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했기 때문에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또 남측 기업이 북측과 사업을 하기 위해선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어 다른 기업들이 ‘틈새’를 파고들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따라서 북측이 이번에 현대아산 배제 방침을 밝힌 데는 현대아산 측과 개성 및 백두산 관광사업 협상을 하면서 큰 대가를 얻기 위해 압박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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