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를 계기로 김정일 정권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유도할지, 아니면 핵 협상처럼 외교를 통해 ‘태도 변화(behavior change)’를 이끌어 낸 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시킬지를 놓고 강온파 간에 해묵은 이견 다툼이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아인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도 최근 본보 특별기고문에서 강경파가 느끼는 정권 교체의 유혹을 경계했다. 강경파들은 북한의 불법 행위, 즉 달러 위조 및 마약 거래를 막기 위해 대북 금융 제재를 취해나가면 궁극적으로 김정일 정권이 붕괴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경도돼 있다는 것이다.
2003년 김 위원장의 비자금 관리를 맡고 있는 북한 중앙당 39호실 공작원 출신의 탈북자는 미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39호실의 돈줄을 끊으면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39호실의 돈줄은 중국 마카오, 오스트리아 빈, 스위스 제네바의 북한 계좌들이다.
미 재무부가 지난해 9월 ‘우선적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목해 금융 제재 조치를 내린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는 바로 이 세 곳 중 하나였다. 문제는 북한이 금융 제재와 6자회담을 연계하고 있고, 중국과 한국도 협상에 의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뒤이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베이징(北京) 접촉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끝내 김 부상과 만난 사실을 확인해 주지 않았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베이징 접촉에서 미국이 만족할 만한 위폐 해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힐 차관보는 워싱턴 강경파들을 의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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