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후보 내나” 세계의 눈, 潘외교에

  • 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18일 낮 12시 미국 뉴욕 유엔본부 2층 로비.

유엔을 출입하는 각국 기자 30여 명이 일찍부터 몰려들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을 하고 있는 한국의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낮 12시 40분. 반 장관이 나와 아난 총장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마치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다.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나설 계획이 있나.”

“차기 사무총장은 아시아에서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에 동의하나.”

이에 대해 반 장관은 “아직까지 한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것은 없다. 더는 논평할 게 없다”고 답변했지만 ‘아난 총장에게 출마 의사를 표명했느냐’에서부터 ‘어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대사들은 왜 만났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처럼 요즘 유엔에서는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후보에 출마할지 여부가 뜨거운 관심거리다. 아난 총장은 올해 12월 임기가 만료되는데 지역별로 사무총장을 결정하는 관례에 따르면 이번은 아시아에서 맡을 차례이기 때문이다. 유력한 후보인 태국 수라끼앗 부총리는 신망이 없다는 평이, 다른 후보인 싱가포르 고촉통 전 총리는 총리까지 지낸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엔 사무처 직원들은 한국 기자들을 만나면 ‘반 장관이 출마할 가능성은 높으냐’ ‘출마한다면 당선될 가능성은 높은가’라고 묻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엔 출입기자들 중에서는 특히 일본 기자들이 17일부터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 전화를 걸어 반 장관의 뉴욕 일정을 밀착 취재했다. 이들은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반 장관 출마 가능성을 탐색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반 장관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게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지만 차기 사무총장 후보를 낸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유엔분담금 분담 규모는 3200만 달러(전체 분담금의 1.8%)로 191개 회원국 중 11번째로 많다. 한국의 경제 규모(세계 11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유엔 사무총장 결정은 사실상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임이사국 중 1개국만 반대해도 사무총장에 당선되기가 어렵다는 게 지금까지의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주로 이집트나 버마(현 미얀마) 등 제3세계 국가 출신 인사들이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의중이 중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 그런데 이와 관련한 미국의 방침도 아직까지는 오리무중이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7일에도 ‘반 장관 출마설에 대한 미 정부의 의견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반 장관이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워싱턴에서 근무할 때부터 알고 있고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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