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재시공을 위해 북측에 21억여 원 상당의 피치 3500t을 추가로 지원할 방침이지만, 북측의 합의사항 이행 점검을 소홀히 한 점에서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20일 “지난해 남측이 제공한 49억 원 상당의 피치 8000t 중 3000t을 북측이 백두산 부근 삼지연공항 활주로를 포장하는 데 썼는데 공사가 잘못돼 포장을 다시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두산관광사업자인 한국관광공사와 현대아산은 지난해 7월 북측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백두산 관광을 위한 약 20km 구간 도로(2차로·삼지연공항∼백두산 베개봉호텔) 포장에 쓰일 49억 원 상당의 피치 8000t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북측은 이 중 5000t은 도로 포장공사에 사용했고, 3000t은 합의한 것과 다르게 공항 활주로 포장공사에 사용했으나 이마저도 부실공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남측 기술진이 활주로 포장 상태를 조사한 결과 중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난 것. 활주로에 투입한 피치의 양이 부족한 데다 다지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활주로 포장에 부적합한 골재가 쓰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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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18억여 원에 이르는 남북협력기금이 낭비된 데는 1차적으로 북측의 부실공사에 책임이 있지만, 정부가 대북(對北) 지원 시 합의사항을 제대로 확인 점검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물론 백두산 관광이 항공편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선 활주로 포장공사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합의와 다르게 공사가 진행된 때에는 정부가 제동을 걸고 사업 이행 경과를 따져 보는 게 원칙이다.
처음부터 남측에서 공사 실태를 관리 감독하고 합의 불이행 시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구체적 합의를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7월 8000t의 피치 지원 후에 북측으로부터 일부를 활주로 포장에 쓰겠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에 개입할 근거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공사는 19일 아태평화위와 활주로 공사에 필요한 피치 3500t 및 백두산 정상 부근 도로의 추가 포장에 필요한 피치 4500t 등 총 8000t의 피치를 추가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북측의 공사 재개는 날씨가 풀리는 3월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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