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위폐의혹 구체자료 제시한듯

  • 입력 2006년 1월 24일 03시 10분


대니얼 글라서 미국 재무부 테러단체 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오른쪽)가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상황실에서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의 위조지폐 및 돈세탁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대니얼 글라서 미국 재무부 테러단체 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오른쪽)가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상황실에서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의 위조지폐 및 돈세탁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은 23일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대한 미 재무부의 조치는 제재(sanction)의 성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 단속반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들과 진행한 실무회의에서 “BDA에 대한 조치는 북한 핵 관련 6자회담과 전혀 무관하며 미 금융기관과 금융체제 보호를 위해 순수 법 집행 차원에서 취한 방어적 조치”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BDA를 ‘돈세탁 우선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는 한편 미국계 금융기관에 대해 BDA와의 거래 주의를 경고했다. 이후 다른 외국 금융기관들의 거래 중단으로 한때 파산 위기에 몰린 BDA는 북한 계좌를 동결했다.

미 단속반의 이날 입장은 “금융제재를 받으면서 6자회담에 나갈 수는 없다”는 북한 주장을 사실상 일축한 것이다.

회의에서 한국 측은 미 단속반의 마카오 현지 조사와 중국 당국과의 협의 결과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및 돈세탁 혐의가 어느 정도 구체화됐는지, 미국과 중국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6자회담의 향방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난 뒤 정부 당국자는 “미국 측이 추가적인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 내용에 대해 정부는 함구로 일관했다. “미국 측이 (북한 위폐 제조 문제와 관련한) 우려의 심각성을 베이징(北京), 마카오 등의 고위 인사에게 전달했고 마카오 금융 당국 고위 인사들과 협의했다”는 ‘사실’과 “미-중 협의가 생산적이었다”는 미국 측의 ‘평가’만 간단히 전했을 뿐이다.

다만 북한의 위폐 제조 및 유통 의혹과 관련해서는 미국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상세한 설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00달러짜리 위폐의 실물은 물론 화폐 위조에 필요한 특수잉크와 정밀 화폐인쇄기 등을 구입한 명세가 제시됐을 수 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한 확증이 필요하다’고 말해 온 한국 측은 회의 후 “참고할 부분이 있었다. 미국 측이 얘기한 것들도 앞으로 평가 분석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뭔가 정부가 알지 못했던 정보나 다른 시각의 분석이 전해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미국은 위폐 제작 및 유통에 북한 당국이 직접 개입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핵 6자회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 단속반이 금융범죄 관련 실무자들로만 구성됐기 때문이다. 미국 측 참석자는 단속반 반장인 재무부의 대니얼 글라서 ‘테러단체 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를 비롯해 국무부와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 등이었다.

하지만 미 단속반이 조만간 내놓을 ‘한중일 순방 결과 보고서’는 6자회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 단속반은 이날 오후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들과 만났으며 24일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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