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尹씨 수사 방해 움직임 있다”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08분


브로커 윤상림(54·구속기소) 씨의 정관계와 법조계 로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金敬洙)는 소환 통보를 받고 자살한 강희도(姜熙道) 경위가 최광식(崔光植) 경찰청 차장의 친구인 사업가 박모(59) 씨와 주고받은 돈이 수천만 원에 이르는 사실을 24일 확인했다.

최 차장의 수행 비서였던 강 경위는 유서에서 자신이 박 씨에게 송금한 돈은 2000만 원이며, 이 돈은 ‘펀드 투자 명목’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강 경위가 박 씨와 주고받은 돈의 정확한 규모와 성격 등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검찰 간부로 재직할 때 윤 씨와 각각 수천만 원대의 돈거래를 한 변호사 2명을 1차 조사했으며 조만간 다시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배포한 ‘윤상림 사건 수사에 대한 검찰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중간 수사 상황을 공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음모론’ 등 엉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수사팀은 원칙대로 수사해 수사와 사법 절차를 왜곡시킨 실체를 밝혀 뿌리를 뽑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 씨와 돈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된 인사는 경찰관 10명, 판사 2명, 변호사 11명, 정치인 1명, 기업인 19명 등 모두 43명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이 사건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수사팀을 음해하거나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친구 박 씨를 통해 윤 씨에게 2000만 원을 건네고, 박 씨에게 5000만 원을 보낸 적이 있다고 밝힌 최 차장을 설 연휴 이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윤 씨에게 특정인에 대한 경찰 수사를 부탁하며 5000만 원을 건넨 부동산업자 이모 씨 부부를 만난 임재식(林在植) 전북경찰청장도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윤 씨는 검찰 수사 60여 일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이기택·李起宅)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윤 씨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검찰에 검거될 때 길거리에서 실신한 척하거나, 조사 과정에서 미친 척하고 자해를 하는 등 비정상적 행태를 보였던 모습과는 달랐다.

윤 씨는 재판부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묻자 마이크를 입 가까이에 갖다 대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이어 재판부가 윤 씨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윤 씨는 “다음 재판 때 말하겠다”고 대답했다. 다음 재판은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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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尹씨에 들어간 돈만 밝혀져… 나간 돈은 없나▼

윤상림 씨 사건 수사는 검찰과 경찰의 갈등을 넘어 정치적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 검찰은 24일 이례적으로 중간 수사 상황을 발표했다.

▽브로커에게 준 돈만 있는 이상한 사건=검찰은 60여 일간의 수사를 통해 43명의 유력 인사들이 윤 씨와 돈 거래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성과는 윤 씨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계좌추적만으로 얻어낸 것이다.

그러나 계좌추적에서는 윤 씨에게 돈이 들어간 것만 나왔다. 윤 씨가 ‘누군가’에게 건넨 돈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윤 씨에게 건네진 돈은 수표 등으로 추적이 가능한 반면 윤 씨가 다른 사람에게 준 돈은 ‘세탁’을 철저하게 해 꼬리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윤 씨가 돈을 받은 명목은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를 청탁하거나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면서 받은 것. 확인된 것은 8건에 액수는 13억3800만 원이다. 또 경찰 인사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이 2건에 6000만 원이다. 건설회사에 공사 수주를 알선해 주겠다면서 돈을 받은 것도 9건에 6억8900만 원이다.

그러나 유력 인사들이 윤 씨에게 준 돈의 성격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돈을 준 사람들은 한결같이 “빌려줬다” “대출금을 대신 갚아 달라고 보냈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윤 씨가 이들에게 무슨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지,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윤 씨가 입을 열지 않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윤 씨 비리 혐의 20건=윤 씨가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든 것은 지난해 10월. 검찰은 윤 씨가 2003년 건설업자인 이치종(49·구속기소) 씨와 짜고 H건설의 비리를 약점 잡아 9억 원을 뜯어낸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 ‘장군 잡는 여경’으로 이름을 날린 강순덕(姜順德) 전 경위가 윤 씨의 부탁을 받고 H건설을 청부 수사한 혐의가 드러났다.

윤 씨 사건은 이어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으로 비화됐다. 윤 씨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검찰이 윤 씨가 사용한 차명계좌 20여 개와 강원랜드에서 사용한 수표 93억 원을 찾아낸 것이 계기였다.

검찰은 윤 씨 자금 가운데 일부가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용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20일 김포공항에서 윤 씨를 검거해 이틀 뒤 구속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9일부터 올 1월 5일까지 4차례 걸쳐 윤 씨의 비리 혐의 20건을 찾아내 기소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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