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관은 이날 미 단속반의 활동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돈세탁과 위조지폐 제조,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관련된 자금 흐름은 국제 안보에 중대한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실질적 조치를 신속히 취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한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같은 금융기관들이 북한의 불법 활동과 기타 범죄행위에 용이한 환경을 마련해 주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미국이 마카오 현지조사 등을 통해 북한의 불법 활동과 연계된 계좌에서 한국 관련 계좌의 입출금 명세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 조치’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아산 등 대북협력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마카오 금융기관을 통해 북한에 돈을 보내다 지난해 9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시작된 뒤 송금 계좌를 오스트리아의 한 은행 또는 중국은행(CHINA BANK) 단둥(丹東) 지점 등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기업은 대북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북측이 지정한 중국 등의 비밀 계좌로 돈을 송금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는 미국 측의 요청과 관련해 테러자금 조달을 억제하기 위해 ‘테러자금조달억제법’(가칭)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이 법은 테러자금 조달의 사전 방지 및 조달 관여자에 대한 사후 제재, 혐의가 있는 거래의 경우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 대사관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가 언론에 브리핑한 수준 이상의 내용을 공개한 데 대해서는 미국이 북한의 위폐 제조 문제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도자료는 한국을 방문했던 미 단속반이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낸 것으로, 한미 간 인식의 차를 반영한다.
외교부는 미 대사관이 한국 정부와 사전 상의 없이 보도자료를 낸 데 항의했으며 미 대사관 측에서 적절한 해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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