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내정자는 지난해 10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한 자신의 방안을 말한 바 있다. 정부 안대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9%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낮추는 동시에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을 위한 제2의 연금(효도연금)을 도입하자는 것이 골자다.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자’는 정부 안과 전 국민을 상대로 한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하자는 한나라당 안을 절충한 셈이다.
유 내정자의 국회의원 보좌관인 장윤숙 씨는 1일 이와 관련해 “유 내정자는 장관에 정식 임명되면 이 같은 안을 정부 정책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과 ‘효도연금’ 도입을 일괄 타결한다는 이 방안에 대해 복지 전문가들과 야당에선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관 재직 중에 성과를 거두기 위한 미봉책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문형표(文亨杓) 선임연구원은 “기존 연금 가입자와 효도연금 수혜자의 형평성 문제, 효도연금 수혜 비율 등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경배(鄭敬培) 한국복지경제연구원장은 “장기적 국가 대계라기보다는 임기응변”이라며 “야당은 물론 국민도 설득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효도연금제와 관련해 “65세 이상 노인을 고소득·저소득층으로 나누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반대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도 “현행 경로연금을 확대하는 수준으로, 도입해도 국민연금과 효도연금 사이에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는다”며 부정적이다.
정치권에선 유 내정자가 보건복지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느냐는 근본적 문제제기도 나온다.
유 내정자 측은 장관 지명 이후 “독일에서 복지 분야를 공부해 전문성이 있다”고 주장해 왔으나 독일에서 받은 학위는 경제학 석사이며, 졸업 논문도 국제 교역에 관한 것이다.
유 내정자 측은 이에 대해 “졸업 논문은 복지 분야가 아니었으나 유학하면서 복지재정과 사회보험 분야를 공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행정학이나 사회학 석사를 받아도 복지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내정자는 양극화 해소사업 재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0월 대정부질문에서 “서민층을 도우려면 효과가 불확실한 감세와 긴축 재정이 아니라 여건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많든 적든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세론의 입장인 셈이다. 감세를 주장하는 야당과 불가피하게 마찰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담뱃값 인상에 대해 점진적으로 500원씩 올릴 게 아니라 과감하게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밀고 갈 경우 담뱃값 인상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방침인 열린우리당 측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
그는 의약품 유통시장의 불투명성과 의료기관의 과잉 처방 관행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해 왔다. 장관이 돼서 이 부분에 대해 ‘개혁의 칼’을 들이댈지가 관심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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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잦은 말바꾸기… 거친 입… 당내서도 비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에 강력하게 반발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 이유에 대해 대체로 유 내정자의 ‘독선적 언행’과 ‘말 바꾸기’가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 내정자의 평소 언행 자체가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결격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주장이었다.
▽잦은 말 바꾸기=유 내정자는 평소 한나라당에 대해 ‘박멸 대상’이라는 극언을 퍼부을 정도로 적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2005년 7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의하자 “한나라당과의 연정은 선진화 정치를 위한 1987년 정치 청산의 ‘필요조건’이며 가장 합리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정 대상’인 한나라당의 박근혜(朴槿惠) 대표에 대해서는 “지도자가 될 만하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회동이 결렬돼 연정이 사실상 무산되자 박 대표를 ‘단세포’라고 비판했다.
이라크 파병 문제와 관련해서도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받는다. 2003년 3월엔 “대통령으로 하여금 우리 국민이 원치 않기 때문에 파병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도록 확실한 명분을 쥐여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2004년 6월엔 파병 불가피론으로 선회했다.
2003년 4·24 경기 덕양갑 재선거 후보 등록 때는 민주당과의 연합공천에 반대하다 선거 직전인 4월 4일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반대하는 일이라면 그 무엇이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이유를 대며 연합공천을 받아들였다.
▽독선적 언행=정치인 유시민은 독설과 극언이 트레이드마크일 정도로 말이 거칠다. 열린우리당의 ‘후배’인 김영춘(金榮春) 의원이 “저토록 옳은 소리를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라고 말할 정도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鄭東泳) 당시 의장 등 지도부에 대해 “보수적 인사들을 무차별 영입해 당이 잡탕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조선, 동아일보는 독극물, 중앙일보는 불량식품”이라는 등 언론에 대한 적대적 발언도 많이 했다.
‘설화(舌禍)’도 많았다. 2002년엔 “교회는 사람을 정신적으로 마취시키는 대가로 현금을 받는 서비스업”이라고 해 교계의 반발을 샀고, 2005년 11월엔 “30, 40대에 훌륭해도 20년이 지나면 뇌세포가 변한다”고 했다가 노인층의 비난을 들었다.
지난해 5월 20대 청년 간담회에선 “취업은 (국가가 아니라) 각자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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