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한 만찬 자리에서 “(유 내정자가 장관직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TV를 보면 (유 내정자의 얼굴에) 남을 조소하고 조롱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시니컬(냉소적)하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표정이) 간단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는 것.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만찬에 참석한 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노 대통령은 ‘한때 유 내정자의 장관 지명을 포기했었다’는 말도 했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유 내정자는 당 지도부 선거에 나서서 지도부가 된 사람이다. 2월 전당대회가 다가오는데 유 내정자가 앉아 있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더라”는 말로 유 내정자의 장관 지명과 관련한 복잡한 속내를 내보였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여당 내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유 내정자의 장관 지명을 발표했다. 당시 청와대는 “노 대통령은 일찍부터 (유 내정자를) 차세대 지도자로 점찍었다”며 유 내정자에 대한 노 대통령의 애정이 각별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옛날에는 대통령 측근을 공격해 자신의 입신에 이용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이제는 자신이 뜨려고 대통령을 팔거나 공격하는 사람이 없는 정치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1·2개각에 반발하며 성명을 냈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서명파 의원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도 “(유 내정자를 포함해) 지도자들이 성장하도록 하는 게 뭐가 이상한 일이냐”며 그의 장관 내정에 대한 당내 반발 움직임을 힐난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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