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金雨植)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는 연세대 총장 시절(2000년 8월∼2004년 2월) 기여입학제 추진을 공언했다. 2004년 2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비서실장에 내정된 직후에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200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기여입학제는 지금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언급을 피했다. 상황에 따라서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비판이 야당 등에서 나왔다.
그는 대통령비서실장 시절인 2004년 12월 개각을 앞두고 기자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 “여러분이 많이 궁금해할 텐데 주미대사에 ‘빅 카드’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즉각 ‘빅 카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홍석현(洪錫炫) 당시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외교관의 경우 주재국의 아그레망(외교 사절에 대한 상대국의 사전 동의)을 받은 뒤 발표하는 관행을 깨고 ‘홍석현 주미대사’를 서둘러 발표했다.
김 내정자의 발언이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2004년 1월 개각 때는 정실인사 논란에 휩쓸리기도 했다. 이기준(李基俊) 전 서울대 총장이 교육부총리에 내정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사퇴한 것과 관련해 이 전 총장과 같은 화학공학 전공 학자로 ‘45년 지기’이자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를 주재한 그의 책임론이 제기됐던 것. 그러나 청와대 측은 “인사추천위에서 이 전 총장을 적극적으로 민 사람은 김 내정자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2004년 말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4대 입법 처리 문제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에 대해 “강행 처리하면 안 된다. 야당과 협상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몇 차례 전달했다.
대야 유화론자로, 여권 내 핵심 실세 그룹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 점이 여권 내에서의 그의 운신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야당 일각에선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내정자가 황 교수 후원회에 가입해 후원금 30만 원을 낸 일이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기도 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전국3곳 토지 보유했던 적도…유학중인 장남 억대 예금통장▼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는 배우자와의 예금 합계가 12억 원이고 부동산도 15억 원에 이른다.
1987년에 사들인 경기 파주시 교하읍 신촌리 임야는 교하신도시 건설과 맞물려 2004년 이후 기준시가가 크게 올라 지금은 14억 원을 호가한다.
이 밖에 경기 의정부시 등 전국 3곳(이 중 2곳은 매매)의 토지는 모두 1∼10명의 다른 사람과 함께 구입했다. 일부 투기 의혹이 제기되지만 김 내정자는 “은퇴 후 거주 및 생활을 목적으로 구입했고 공유 지분자들도 교인 등 아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김 내정자의 장남(32·미국 유학)은 예금액이 1억1118만 원에 이른다. 장남은 1999년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2001년 7월 KAIST를 졸업한 뒤 2002년 8월 유학을 떠나는 등 국내에서는 별다른 직업 없이 학업을 계속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장남의 예금이 사실은 증여받은 돈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증여세 탈루 의혹이 나온다.
김 내정자 측은 “장남이 1996년부터 아르바이트 등으로 매월 50만 원씩 부은 정기예금과 1999년 입학했을 때 친지들에게서 받은 축하금 및 결혼 축의금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측은 “김 내정자의 장남은 1995년 5월부터 1996년 11월까지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했고, KAIST에서도 공부하기 바빴을 텐데 아르바이트를 언제 했는지 의문”이며 “장남의 예금액은 결혼(2004년 5월) 이전에 이미 1억1000만 원대였다”고 반박했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내정자▼
정세균(丁世均) 산업자원부 장관 내정자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에 대해 지난해 5, 6월 공사석에서 “아파트 원가연동제가 실시 중인 데다 위헌 소지 등이 우려되는 만큼 한나라당 일각과 시민단체에서 요구하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초강경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시절에는 “부동산 값이 안 잡히면 분양원가 공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관련해 그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 시행 이전부터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들이 보유해 온 초과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 들어 청와대와 정부가 초과지분의 의결권만 제한시키자는 현실론을 내놓자 별다른 설명 없이 이를 수용했다.
개별 국회의원일 때의 의견과 여당 원내대표로서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친(親)시장’적 태도와 ‘청와대 편향’ 태도를 오갔다는 비판도 있다.
세제 정책과 관련해 그는 2003년 1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현 수준으로 하는 게 가장 좋다”며 증세, 감세에 모두 반대한 바 있다. 그는 양극화 문제에 대해 지난해 12월 당 경제문제 대토론회에서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 더 내는 방식으로 재분배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동반성장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세원 추가 확보와 증세(增稅) 추진 의사를 꾸준히 밝히고 있다. 그가 정부에 들어간 뒤에도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지가 관심이다.
그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건설교통위원회 등에 오래 있었지만 산업자원위원회 활동은 전무하다. 기업(쌍용그룹 상무) 근무 경력이 있지만, 주로 무역 업무를 담당했다. 이 때문에 산자부 장관으로서 전문성을 갖췄느냐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있다.
정 내정자는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에너지 분야 등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정책 전반을 다뤄 왔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집값대책 세울때 1가구2주택…20대 아들 1억4000만원 예금?▼
정세균 내정자는 2004년 서울 마포구 상수동 한강변 50평형대 아파트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서울 광진구 자양동 50평형대 아파트를 1년 3개월간 팔지 않다가 8·31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직전인 2005년 6월 9억 원에 처분했다. 상당 기간 1가구 2주택자였던 것이다.
그는 지난해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맡아 8·31 부동산 대책을 초기 단계부터 조율했다. 8·31 대책에는 1가구 2주택자도 ‘투기’로 규정하여 거래가의 50%를 양도소득세로 중과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그는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집을 팔려고 내놨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부득이 세금 유예 기간을 3개월 넘겨 팔게 됐다”며 “시세 차익은 3억여 원 정도였으며 양도세 8500만 원도 성실히 납부했다”고 말했다.
1979년생과 1981년생으로 모두 20대 중반인 정 내정자의 딸과 아들이 각각 6900만 원과 1억4000만 원의 예금을 갖고 있다. 편법 증여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정 내정자는 “포항에서 양조업을 해 경제적 여유가 있던 아이들 외할머니가 2000년에 각각 2500만 원씩 증여했고, 나머지는 장학금과 아르바이트 급여를 합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의 아들은 2004년 2월 연세대 산업공학과 졸업 직후 병역특례로 산업기능요원으로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중소정보통신업체에서 군복무를 대신하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 5년간 2명밖에 병역특례요원을 뽑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에서는 특례 근무 과정에 정 내정자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정 내정자는 “아들이 자격증을 취득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병역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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