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내정자가 ‘친북좌파’ 성향이라고 비판했고, 통일부 장관 직무수행 능력에도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북, 대미 관계에서 이 내정자의 ‘균형적 실용주의’를 옹호했지만 일부는 NSC 상임위원장 겸직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경과보고서’를 확정하고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하려 했으나 일부 문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 견해가 맞서 7일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열린우리당 신학용(辛鶴用) 의원은 국회 도서관 입법조사과에 의뢰해 받았다는 ‘유권 해석’ 내용을 공개하며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신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주한미군의 동북아 지역군으로의 역할 변경은 그 적용 범위를 대한민국 영토로 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 발동 요건을 외부의 무력 공격으로 한정한 조약 2조에 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외통위 관계자는 “입법조사과 직원들이 종종 의원들의 자문에 응해 의견을 내놓곤 하는데 이번 건은 외교분야 담당자 한 명의 개인 견해에 불과하며 이를 유권 해석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당 한명숙(韓明淑) 의원은 주한미군의 역외 전출 시 한국과의 ‘사전 협의’ 조항이 누락됐음을 지적하며 “동북아에서 분쟁이 발발해 미군이 움직이려 할 때 한국이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이 내정자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지역 발진(發進)으로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바탕”이라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상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자국 군대의 이동에 대해 (다른 나라의) 승인을 받는 경우가 없다”고 덧붙였다.
▽‘사상 검증’과 자질론 공방=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은 “이 내정자의 북한 연구 관련 논문, 저서, 기고문 등을 보면 김일성을 민족의 영웅으로 묘사하거나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긍정하면서 대한민국 역대 정권을 폄훼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성범(朴成範) 의원도 “스스로 친북좌파 성향의 인물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 이 내정자가 통일부 장관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내정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북한 체제를 찬양해 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 정부가 자주국방을 위해 매년 9%의 국방비 증강을 추진했는데 NSC가 이를 주도했다”며 “1980년대 이후 이런 국방비 증강이 없었는데 그런 친북좌파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NSC 상임위원장 겸직 논란=북한 전문가인 이 내정자가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NSC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위조지폐 문제, 마약 거래, 불법 무기 거래 등에서 보듯 북한이 국제법을 어기거나 도발을 할 경우 통일부의 방침과 외교정책 방향이 충돌할 수 있는 만큼 통일부 장관이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NSC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최성(崔星) 의원도 “통일부 장관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통일부 장관 직무에 전념해야 한다”며 NSC 상임위원장 ‘겸직 불가’를 주장했다.
이에 이 내정자는 “대통령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부분”이라며 “부족하지만 겸직했을 때 닥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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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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