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주요 안건은 작년 10월 사퇴한 이수호(李秀浩) 전 위원장의 후임 선출, 2005년 사업평가 승인, 결산 보고, 조직혁신안 등이었다.
그러나 일부 강경파 대의원이 다른 대의원의 자격 논란을 벌이며 회의를 지연시켜 한 가지 안건도 처리하지 못한 채 선거를 21일로 연기했다.
비상대책위 위원들은 대의원대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키로 했다.
이들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현대차 노조 신임 대의원들의 자격이 박탈되면서 불거졌다.
현대차 노조 대의원들의 자격 박탈은 금속연맹이 현대차노조 대의원의 명단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의원의 명단을 누락했기 때문.
두 차례 정회를 거친 후 오후 8시부터 회의가 다시 열렸으나 일부 대의원의 자격 박탈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절차상 논란의 이면에는 이수호 전 위원장이 ‘깽판을 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로 분류한 강경파의 노동계 장악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투표를 진행하면 다수 대의원을 확보한 온건중도파의 조준호 후보가 당선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대의원 대회에서는 파벌 간 태도가 극명하게 엇갈리며 고성이 오갔다.
강경파는 “대의원 자격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위원장 선출을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정이 가까워 오자 일부 온건중도파 대의원은 “아무나 온갖 주장을 늘어놓고 정작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모임이 무슨 민주노총이냐”며 강경파의 위원장 선출 지연을 비판했다.
한 참석자는 “위원장 선거 이외의 안건만 다뤘다면 이렇게 갈등을 보였겠느냐”며 민주노총 내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결국 이날 마찰은 민주노총 내부의 갈등을 드러내며 주요 노동 현안 협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온건중도파는 한국노총과의 협조 및 노사정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여 강경파가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불거진 민주노총 내부의 마찰은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비정규직 법 등 굵직한 노동 현안의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노동계의 춘투(春鬪)가 과격한 양상을 띠게 만들 요인으로도 꼽힌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親勞성향 새 장관의 선택은…
10일 취임한 이상수(李相洙) 노동부 장관은 노동계에 대한 시각과 정책적인 측면에서 김대환(金大煥) 전 장관과 차이를 보여 향후 노동계 판도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장관은 우선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부터 김 전 장관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변호사 시절 노동법률상담소를 설립해 노동자 변론에 앞장서다가 구속까지 당했고,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도 노동관계법 개선 등에 주력해 ‘친노동자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물론 법과 원칙을 고수하는 바람에 노동계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물러난 김 전 장관에게서 바통을 받는 모양새라 더욱 그런 이미지가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 그는 취임 일성에서도 이러한 점을 감추지 않았다. 이 장관은 “지금도 노동자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가슴을 지배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노동시장 양극화 극복을 비롯해 비정규직의 지위 개선 문제 등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인 점도 김 전 장관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이 장관의 이런 성향 때문에 경우에 따라 경영계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노동계의 강경파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2년 전 김 전 장관이 입각했을 당시 노동계는 ‘환영’, 경영계는 ‘우려’로 확연하게 갈렸었다. 진보 또는 좌파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동계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평가됐던 김 전 장관이 취임 이후 법과 원칙을 강조하자 노동계는 그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장관 이임식에서도 “법과 원칙, 대화와 타협은 노사갈등을 당사자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서로 지켜야 할 수레의 양 바퀴와 같은 기본원리”라고 강조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비정규직-FTA 정면대응” 강경노선 예고
10일 당선된 문성현(文成賢·사진) 신임 민주노동당 대표는 “현재 (노동 현안에 대해) 대화와 타협이 어려워진 만큼 더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노동 현안의 국회 처리와 관련해 상임위원회에서의 실력저지를 불사해온 민노당의 원내투쟁이 한층 강경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 대표가 실제 강경기조를 무한정 밀고 나갈지는 미지수다.
문 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현재로서는 거의 협상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이 법안을 강행처리하려 한다”며 “이를 단호히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서도 “국민의 삶에 전면적인 도전을 가져오는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앞으로 힘들어진다. 역시 전면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노총과의 연대 투쟁도 강조했다. 문 대표는 민노총 출신이다.
문 대표는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해묵은 당내 계파 간 대립과 갈등을 풀어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민노당의 이번 지도부 경선은 민족해방(NL) 계열이 사실상 석권했다. 문 대표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당 3역’은 물론 11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8명이 NL계열이다. 민노당은 2000년 창당 당시부터 범NL계가 계속 당권을 장악해 왔다.
민중민주(PD) 계열은 조승수(趙承洙) 후보를 내세워 당 대표에 도전했지만 NL파의 조직력을 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문 후보의 대표 당선이 당내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로 꼽히는 권영길(權永吉) 노회찬(魯會燦) 의원 간의 대리전에서 권 의원이 승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 의원은 노동계 출신으로 NL계열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노 의원은 PD계열의 대표 주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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