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대형로펌 파트너서 지방판사 자청 이문성 변호사

  • 입력 2006년 2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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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대립의 삶 대신 봉사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국내 최고의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꼽히는 로펌 ‘광장’의 이문성 변호사가 제주 서귀포시법원 판사로 가기로 했다. 그는 시골 법관으로 일하며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게 꿈이다. 이훈구  기자
“경쟁과 대립의 삶 대신 봉사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국내 최고의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꼽히는 로펌 ‘광장’의 이문성 변호사가 제주 서귀포시법원 판사로 가기로 했다. 그는 시골 법관으로 일하며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게 꿈이다. 이훈구 기자
수조 원 규모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맡아 오던 대형 로펌(법률회사) 파트너 변호사가 소액사건 분쟁 등을 주로 처리하는 시군법원 판사로 변신한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시군법원 판사를 지망한 적은 있지만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시군법원 판사를 지망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은 10일 이문성(李文星·52) 변호사를 20일자로 제주 서귀포법원 판사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이 변호사는 국내 2, 3위를 다투는 대형 로펌인 ‘광장’의 파트너 변호사. 그는 손꼽히는 기업 M&A 전문 변호사다. 뉴브리지캐피탈의 제일은행 인수, 한화그룹 구조조정, LG와 필립스의 LCD 부문 사업 합작, 북한 경수로 사업 등 그를 거쳐 간 굵직한 사건은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는 1976년 사법시험 18회에 합격한 뒤 1981년에 수원지법 판사로 임관해 2년간 판사로 일했다. 전수안(田秀安) 광주지법 원장과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 등이 그의 사시 동기다.

그런 그가 인생의 절정기에 소액 사건을 주로 다루는 시골 시군법원 판사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 변호사는 “치열한 경쟁과 대립 속에서 23년 동안 변호사로서 열심히 살았다”며 “이제는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광장’을 그만두며 파트너 변호사로서 보유하고 있던 로펌의 지분도 모두 후배 변호사들에게 나눠줬다.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이 변호사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영등포시장 근처에서 어렵게 생활하며 장학금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닌 이 변호사는 평소 주변에 “사회에서 받은 도움을 돌려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1999년에는 충주 인근 땅 8000여 평을 탈북자 지원시설로 사용해 달라며 교회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몇 년 전 시골 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교육청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교육대학을 졸업한 뒤 교원 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답변을 듣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시군법원 판사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시골 판사로서 맡는 일이 대부분 소액사건들이겠지만 당사자들로서는 절박한 일일 것”이라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10년 임기의 시군법원 판사 일을 하면서 지역의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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