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北風’ 능가할 후폭풍 촉각

  • 입력 2006년 2월 13일 03시 08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4월 방북 계획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DJ의 방북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단순히 남북관계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31지방선거는 물론 그 이후로 예상되는 정치권의 지각변동, 헌법 개정문제 등과 맞물려 ‘태풍의 핵’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그것이다.

▽정치권 논란=야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DJ의 방북이 몰고 올 파장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정국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북풍”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경계심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DJ의 방북을 개인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정부 여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전직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남북문제를 또다시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한다. 연세 많으신 분이 (지방선거 뒤) 6, 7월에 편하게 가셔도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북한 문제를 이용하려는 여권의 장난이 계속된다면 그에 대응할 정치적 카드가 있다”고 했지만 그 카드가 무엇인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DJ의 적자(嫡子)를 자임하는 민주당 일각에서도 DJ의 방북 시점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방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10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 DJ 방북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DJ 방북이) 지방선거가 끝나고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열린우리당 의원 4명은 북측과 DJ 방북 문제를 사전 조율한 게 아니냐는 추측에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DJ 측도 “방북 추진에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으며 일정을 바꿀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성사 가능성과 파장=DJ의 4월 방북 성사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의선 철도를 이용하는 것도 특별한 기술적 장애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DJ의 방북 의사에 대한 북측의 확답은 아직 없다. 정부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열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직후에 북측의 답이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DJ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문제가 의제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DJ는 줄곧 2000년 6·15정상회담 당시의 약속 이행을 강조해 왔다. 이 두 가지는 6·15선언에 담긴 핵심 사항이다.

DJ가 현 정부의 특사로서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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