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법원장은 206명의 신임 법관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에서 "재판은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이 대법원장이 최근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1심 판결을 강하게 비판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법원 안팎에서 긴장된 분위기와 논란이 이어졌다.
이 대법원장은 신임 법관들에게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가 공정하고 보편타당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훌륭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며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명력이 죽은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또 "법원은 사법권 독립의 핵심인 법관의 독립을 지켜내지 못한 아픈 과거가 있다"며 "법관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전입·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공직자로서 바른 몸가짐을 강조했다.
정 총장은 "(검사의) 법복은 여러분들이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하지 못하고 실수한 것을 가려주는 '특권의 망토'가 아니라 여러분을 만인 앞에 발가벗겨 보여주는 '투명한 유리옷'일 뿐"이라며 "검사의 길에 감추어진 사생활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앞으로 검사로 일하면서 오늘 처음 입어본 법복의 무거움을 항상 느껴야 한다"며 "각자의 옷 위에 법복을 덧입은 오늘부터 국민의 인권과 정의를 수호하는 고귀하고 무거운 사명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도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신임 검사 98명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형평을 잃고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법집행은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민 신뢰도 얻을 수 없다"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부끄러운 말이 사라지도록 하자"고 말했다.
천 장관은 검사들에게 사형수가 대학 강사·수녀와 정신적인 교류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 공지영 씨의 장편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선물로 주면서 "소설 주인공인 범죄인과 사형수 시각에서도 사물을 바라보고 검사로서 갖춰야 할 자세를 음미해 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여성 검사 45명이 임명돼 여성 임관 규모에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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