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는 23일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의원의 출판기념회 참석차 고속철도를 이용해 부산으로 가는 도중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현실 정치에 복귀하겠다는 선언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다.
이 전 총재는 “여러 고위 공직을 거치고 대통령 후보를 2번이나 했으니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며 “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이기도 하다. 현실(정치)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권 의원의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 대해 “햇볕정책으로 북한 체제를 녹일 수 있다고 장담하다가 결국 북한이 핵으로 무장하는 결과를 낳은 장본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얘기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 추진을 위해 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북한 방문보다 과중한 세금정책, 빈부격차로 고생하는 국민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김 전 대통령 방북 추진의 본질은 제쳐 두고 선거의 유불리만 따지는 것은 멀리 보지 못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은 2007년에 친북좌파가 대권을 다시 잡는 일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저녁 상경한 이 전 총재는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강재섭(姜在涉) 전 원내대표와 양정규(梁正圭) 정창화(鄭昌和) 김기배(金杞培) 전 의원 등 과거 가까웠던 중진 의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한 참석자는 “지방선거 등 정국에 관해 얘기를 나눴을 뿐 내년 대선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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