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교부는 전국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하면서 시세 대비 공시지가 비율(현실화율)을 밝히지 않았다.
발표에 따르면 실제 땅값은 1년간 평균 4.98% 올랐는데 올해 공시지가는 작년보다 17.81%나 올랐다. 현실화율은 지난해 90.9%였으니 산술적으로는 올해 100%가 넘는다. 공시지가가 시세보다 높은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자 건교부는 “지난해 발표한 현실화율은 현장 조사에 나선 감정평가사들의 자의적 판단을 수치화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작년에는 공시지가가 시세에 근접했다며 ‘자랑’하더니 이제 와서 그것이 엉터리일 수 있다고 ‘고백’한 셈이다.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을 두고 이처럼 오락가락하다니 어이가 없다.
또 건교부는 이번에 공시지가를 발표하면서 슬그머니 평균 상승률 계산 방법을 바꿨다. 지난해까지는 각 필지의 상승률을 단순 평균했는데 이번에는 지난해 공시지가 총액 대비 올해 총액의 비율로 계산했다.
기자들이 수치가 이상하다고 따지니 그때서야 방식을 바꿨다고 밝히면서 “기존 계산 방법이 땅값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방식으로 계산하면 올해 공시지가 상승률은 17.81%로, 기존 방법으로 계산한 17.94%보다 낮아진다. 현 정부 들어 3년간 누적 상승률은 78.02%에서 61.81%로 떨어진다.
부동산 가격 안정에 ‘다걸기(올인)’하는 이 정부 들어 되레 땅값이 너무 올랐다는 비판을 줄이려고 계산 방식을 바꿨다는 의심을 살 만한 부분이다.
건교부가 정책의 난맥상을 보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3개월 동안 3번이나 조건을 바꿔 국민의 평균 혈압을 한참 높여 놓았다.
집 없는 사람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준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애초에 가구주 소득이 연간 5000만 원 이하인 가구에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시작한 것이 문제다.
가구주 소득이 5000만 원이면 맞벌이는 연봉 1억 원이 될 수도 있는데 이런 중산층까지 정부가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주는 것은 부동산 가격 안정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었다.
몇 년간 집값이 크게 오른 이유의 하나가 금융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이 너무 많아서라는 분석이 계속 나왔음에도 정부가 앞장서 주택 관련 대출을 크게 늘리다니 처음부터 정교하지 못한 제도였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과 후속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각 부처 관계자와 부동산, 거시경제, 금융 전문가들이 수시로 모였으면서 왜 이런 문제를 미리 점검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정부 정책이 만날 오른손으로 불을 끄고 왼손으로는 부채질하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결국 대출 희망자들의 기대만 잔뜩 부풀려 놓고는 조건을 까다롭게 바꿔 곱빼기로 욕을 먹게 되었다.
이 밖에도 월세 중개수수료 인상, 발코니 개조 합법화 등 건교부는 최근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물의를 빚어 왔다.
이처럼 기본 통계나 시장 예측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헌법 같은 부동산 대책’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신연수 경제부 차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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