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당의 기강이 섰다는 믿음이 설 때 국민이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이라면서 "민감한 시기에 초심으로 돌아가 겸손하게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5분여 발언 동안 '기강'이라는 말을 다섯 차례나 언급했다. 또 '공직자'도 기강 재확립의 대상에 넣어 3·1절 골프 물의를 일으킨 이해찬 국무총리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이날 기강 확립과 관련해 △민주노동당의 법사위회의장 점거로 인한 비정규직 관련법안 처리 무산 △철도노조 불법파업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 △한광원 의원의 (성추행 사건의 최연희 의원을 옹호하는듯한) 부적절한 글 등의 사례를 열거했다.
특히 한 의원에 대해서는 최고위원회의 정식 안건으로 다루겠다며 공개적인 경고를 했다.
정 의장의 발언에 대해 우상호 대변인은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광원 의원 글 보면서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종합적으로 보고 말한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이 총리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최고위원 논의 결과, 한 의원의 글이 적절치 못한 것이었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최고의원 결의로 한 의원에게 구두 경고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 의장의 발언은 최근 한나라당을 향해 연일 공세를 펴오다 돌발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주춤해진 열린우리당의 당내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 한 의원의 '최연희 옹호성' 글 게재 논란 등 돌발성 악재를 터뜨려 스스로가 '자살골'을 넣어 한나라당을 돕고 있는 격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총리의 골프 파문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당지도부의 한 의원은 "참 말릴 수도 없고…"라면서 "이 총리 골프건 때문에 조금 어려움이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 총리는 좀 질타를 받아야 한다. 국민이 볼 때 (당과 정부가) 뭐가 되느냐"면서 "여당 이미지도 나빠지고,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익명의 한 전국구 의원은 "골프가 취미 생활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윤상림 게이트로 인해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철도파업이 일어난 시점에 굳이 골프를 쳐야 했느냐"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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