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에 따르면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이날 열린 2일째 장성급 회담에서 남측은 서해상 충돌방지와 공동어로수역 설정,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도로 통행의 군사적 합의보장, 제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북측은 전날에 이어 또다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해상 해상경계선의 재설정 문제부터 다뤄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 양측은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회담을 마쳤다.
당초 예정됐던 공동보도문을 발표하지 못한 것은 물론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회담 과정에서 양측은 고성을 주고받는 등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은 백두산 관광도로 포장용 피치 8000t을 북측에 제공한 것과 연계해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측이 애초부터 회담 성사 의지 없이 피치만 챙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남측 수석대표인 한민구 국방부 정책기획관(육군 소장)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잘 알 수 있었고 인식을 같이하거나 달리한 부분도 있었다”며 “차기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제의한 만큼 북측이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회담 막판 양측이 공동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뒤 북측은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한 사전합의를 무시하고 남측 기자단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강행하려 해 남측이 강력히 항의하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북측의 김상만 대좌는 “차후 국가 간 문제에 대해서 책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거친 행태를 보였고 남측 문상균 중령은 “내가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 회담 막바지에 왜 이러느냐”며 맞받아쳐 한때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에 앞서 북측 대표단은 이날 남측 기자단과 함께한 오찬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한 소장에 대해 “이렇게 권한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다음(회담)에도 또 나올 것인가”라고 인신 비방을 퍼붓는 등 진지함이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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