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는 이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친 뒤 본인의 거취 문제에 대해 대통령께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고 이강진(李康珍) 총리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6일 출국해 이집트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 뒤 14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 총리는 본보가 4일 3·1절 부산 골프 동반자들 중에 과거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전력이 있는 기업인이 포함됐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한 뒤 여론이 악화되자 내부 논의를 거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대국민 사과도 했다고 이 공보수석은 전했다.
이에 앞서 이 총리는 4일 저녁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부적절한 골프에 대해 사과한 뒤 “거취 문제는 순방 후에 협의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노 대통령은 “아프리카 순방을 다녀와서 봅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야당은 이 총리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이 총리의 이번 골프는 도덕적 파탄이 극명히 드러난 사건”이라며 “이 총리를 해임하지 않으면 다른 야당과 함께 해임건의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담합 기업인’ 골프참석 은폐의혹
한편 이 총리의 3·1절 골프에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된 Y 기업의 소유자 Y 씨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동반자들은 Y 씨의 참석 사실에 대한 확인을 회피하거나 엇갈린 진술을 해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Y 기업에 대해 다른 회사와 함께 제품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골프 회동 다음 날인 2일 35억1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이에 따라 Y 씨가 이 총리와 골프를 하면서 이 문제와 관련한 로비를 했는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골프장 관계자들은 Y 씨가 이 총리와 한 조가 돼 라운드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골프에 동행한 이기우(李基雨)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은 “당초 참석할 예정이던 Y 씨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 대신 내려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공보수석은 “Y 씨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밝혔고, 다른 참석자들은 “다른 조였던 것 같다”,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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