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분석]1인평균 1억1900만원

  • 입력 2006년 3월 10일 03시 11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손지열·孫智烈)가 9일 공개한 ‘2005년도 정당·후원회 수입 지출 내용’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인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야 국회의원 중에서 가장 많은 1억9795만 원의 후원금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원금 신고 대상 국회의원 295명의 모금 총액은 352억 원이었으며 1인당 평균 모금액은 1억1900만 원으로 2004년에 비해 2300만 원 줄었다.

연간 모금 한도액인 1억5000만 원을 초과해 후원금을 거둔 의원은 78명이다. 연간 한도 초과액은 다음 해로 이월되지만 1억5000만 원 한도를 채운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모금한 경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경고 또는 고발 조치된다.

국회의원 후원금의 건당 평균 기부액은 12만4000원으로 2004년 31만1000원에 비해 줄었다. ‘소액다수’ 기부 관행이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각 정당의 중앙당 및 시도당, 국회의원 후원회가 모금한 후원금 총액은 442억3270만 원으로 2004년에 비해 54억5420만 원 줄었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이 187억2244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나라당 157억859만 원 △민주노동당 74억4809만 원 △민주당 14억2029만 원 순이었다. 정치자금 관련 법규에 따라 후원자 명단이 공개되는 고액 후원금(120만 원 이상)을 낸 사람은 총 3354명이며, 이들 후원자 대부분은 기업인과 자영업자였다.

▽회사원? 사장?=기업인이나 대기업 고위 임원들은 후원금을 내면서 기업 이름과 직책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여야 의원 5명에게 1400만 원을 기부한 박용성(朴容晟)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주소를 쓸 때 서울 성북구 성북동 자택과 용산구의 개인사무실, 중구 을지로의 두산그룹회장실 등을 골고루 기재했다. 직업란도 ‘회장’ ‘회사원’ ‘자영업’ ‘대한상공회의소’ 등으로 각각 다르게 표시했다.

열린우리당 의원 6명에게 1700만 원을 낸 경청호(慶淸浩) 현대백화점 사장도 집과 회사 주소를 번갈아 쓰며 ‘회사원’ ‘사장’ ‘현대 임원’ 등의 표현을 썼다.

문상주(文尙柱)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이계안(李啓安)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300만 원을 기부하며 ‘연합회장’이라고만 적었고, 장옥수(張玉洙) 부국증권 사장은 박희태(朴熺太) 국회 부의장에게 370만 원을 내면서 ‘증권인’이라고 썼다.

▽상임위 소속 의원에 대한 ‘눈치 보기’?=지난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았던 열린우리당 이호웅(李浩雄) 의원에 대한 고액후원자 명단에는 건설회사 및 운수회사 대표 12명이 포함됐다. 이들의 후원금 총액은 4000여만 원.

재경위 소속이지만 현재는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인 김진표(金振杓) 의원은 휠라코리아, 한국제지, 풀무원 등 10개 기업 고위 임원에게서 후원금을 받았다.

교육위 소속인 한나라당 이군현(李君賢) 의원에게는 사립학교 이사장과 울산시 교육위원이 후원금을 냈고, 학원사업을 했던 열린우리당 정봉주(鄭鳳株) 의원도 2명의 학원장에게서 후원금을 받았다.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 보좌진의 후원금=정현옥(鄭賢玉) 부산동구청장은 이 지역 정의화(鄭義和) 의원에게 500만 원을 냈다. 정 의원은 이 지역 시의회 의원 4명에게서 500만 원씩 20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안영일(安英一) 부산진구청장은 이 지역 이성권(李成權) 의원에게 500만 원을 기부했고, 사상구가 지역구인 권철현(權哲賢) 의원에게도 200만 원을 기부했다. 이성권 의원의 경우 부산진구 구의원 6명에게서 1400만 원, 시의원 3명에게서 12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서울 중구의 한나라당 박성범(朴成範) 의원은 8명의 시의원과 구의원들에게서 모두 347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열린우리당 홍미영(洪美英) 의원의 보좌관인 Y 씨는 80만 원씩 6번에 걸쳐 480만 원을, 비서관인 K 씨는 7번에 걸쳐 400만 원을 후원했다.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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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33% 줄고 민노 270% 급증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2005년도 국회의원·정당별 후원금 모금 현황을 보면 전년에 비해 여야 간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의원 1인당 평균 모금액은 열린우리당이 1억2408만 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1억2401만 원을 기록한 민주노동당과의 격차가 불과 7만 원이었다. 한나라당의 1인당 평균 모금액은 1억1660만 원이었다.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했던 2004년도에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의원 평균 모금액 격차가 3000만 원대였다. 후원금 상위 20위에도 2004년에 14명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해엔 8명으로 줄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4명에서 9명으로 늘었고, 민노당도 2명이 새로 진입했다.

의원과 정당 후원금을 합친 통계에서도 열린우리당은 2004년보다 93억 원이 감소한 187억 원이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전년보다 6억 원 증가한 157억 원을 모금했고, 민노당은 무려 54억 원(270%)이 증가한 74억 원을 모았다. 2004년엔 총선이 있어 후원금 모금이 2배(3억 원)까지 가능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야당의 약진이 두드러져 보인다.

각 정당의 재산 상황에서도 민노당이 열린우리당보다 ‘부자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노당은 후원금과 당비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총재산이 2004년의 8억4000만 원에서 43억94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보다 3억 원이 늘어났지만 43억5100만 원이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불법대선자금 모금을 사죄하는 차원에서 충남 천안 연수원(감정가격 610억 원)을 국가에 헌납하고도 총재산이 373억 원을 기록했다.

한편 기부자 1인당 평균 후원액은 9만8410원으로 2004년 26만6621원의 36.9% 수준에 그쳤다.

이는 개인이 10만 원 이하의 정치자금을 기부할 경우 연말정산 때 후원금 전액과 후원금의 10%를 추가로 돌려받는 내용의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개미군단’의 정치자금 기부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3·1절 골프’ 동석 기업인 2명
윤원호 - 강재섭 의원에 기부

지난해 국회의원에게 12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낸 고액기부자 중에는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3·1절 골프회동’에 동석한 부산 기업인들도 있었다.

세운철강의 신정택 회장은 지난해 11월 23일 부산 출신인 열린우리당 윤원호(尹元昊) 의원에게 500만 원을 기부했다. 신 회장은 직업란에 회사명을 적지 않고 ‘개인사업’이라고 표시했다. 또 이 총리 등과 골프를 함께 치지는 않았으나 현장에 있었던 삼미건설의 박원양 회장은 지난해 6월 30일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의원에게 300만 원의 후원금을 냈다. 박 회장은 회사명과 회사 소재지를 정확하게 기재했다.

일부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던 2004년에도 후원금을 냈다. 2004년 4월 영남제분 유원기 회장이 장남의 이름으로 이 총리에게 400만 원의 후원금을 냈다. 유 회장은 또 부산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안경률(安炅律) 의원에게 250만 원, 정형근(鄭亨根) 의원에게 150만 원을 냈다.

역시 부산 출신인 한나라당 김정훈(金正薰) 의원은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원, 영남제분 이사인 B 씨로부터 200만 원의 후원금을 각각 받았다.

한편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이 총리는 2004년 7월 총리로 취임한 이후에는 후원금을 받지 않아 지난해 후원금 모금액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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